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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어디로] ‘1만3880→6313’ 서울 아파트 매매 한달새 반토막.. 집값 하락의 전조?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7 16:44

수정 2018.05.07 16:56

급매물 빼면 호가는 올라.. 매도-매수자 치열한 눈치싸움
1억 떨어진 강남 급매물도 사겠다는 사람 안 나타나
전세도 거래·가격 모두 약세
집값 하락 시그널 나왔지만 일반매물 호가 꾸준히 올라
일시적 조정 분석도 나와.. 주택시장 당분간 힘겨루기
[주택시장, 어디로] ‘1만3880→6313’ 서울 아파트 매매 한달새 반토막.. 집값 하락의 전조?

불과 두세 달 전만 해도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매수자가 달라붙어 서로 먼저 계약금을 주겠다고 난리였다. 이제는 당시보다 호가가 1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이 있다고 해도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서울 강남구 도곡동 A중개업소 관계자)

사겠다는 손님도 없고, 팔겠다는 손님은 더 없다. 전세시장도 엄청나게 조용하다. 매매와 전세를 통틀어도 하루에 전화를 10통도 못 받은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됐다."(서울 강남구 삼성동 B중개업소 관계자)

지난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되면서 매매거래가 완전히 끊기고, 전세 수요자들도 이동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이 점점 얼어붙고 있다.


통상 매매와 전세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은 하락장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선 중개업자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하락 전조현상이라기보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7일 "정부의 무차별적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지금 주택시장은 증시로 치면 일종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상태"라며 "매매거래도 전세거래도 거의 없이 주택시장 주체들이 서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외부충격으로 투자심리에 과도한 변화가 생겼을 때 당국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시켜 그 흐름을 차단하는 조치를 말한다. 실제 주택시장은 신규 분양시장을 제외하고는 매매거래와 전세거래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찾는 사람 없는데 호가는 올라

A중개업소 관계자는 "도곡동 '도곡렉슬'은 지난 2월 거래가 한창 일어날 때는 전용면적 85㎡의 호가가 18억원을 넘었는데 이제는 17억원대에 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세가 없으면 호가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지만 어쩌다 나오는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매물이 줄고 호가는 오히려 올랐다"고 덧붙였다. 살 사람이 없는데도 호가가 오른다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2차'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호가는 3월보다 더 올랐다"면서 "이달 들어 매물이 줄고, 호가는 5000만~1억원 올랐다"고 설명했다. 힐스테이트 2차 전용면적 84㎡는 19억원 안팎으로, 이른바 로열동 매물은 호가가 19억5000만원에 이른다.

서울 마포구나 광진구 일대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드물게 급매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전용면적 84㎡의 호가가 한 달 전보다 평균 3000만원 오른 상황"이라며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고 있지만 호가가 오른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전셋값 하락, 일시적? 추세?

전세시장에서도 수요자와 공급자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전셋값은 이미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도심권 등에서도 하락세가 완연하다. 하지만 집주인들과 현지 중개업소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시장에서 3월과 4월은 원래 비수기인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전에 나온 다주택자 매물을 전세수요자들이 매매로 흡수하면서 전세수요가 얇아진 때문"이라며 "서울에서 공급이 많아서 전셋값이 하락했다기보다는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85㎡의 경우 전셋값이 연초보다 2억원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전에 나온 매물을 이 일대에서 전세 살던 사람들이 사서 들어간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 이전에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을 전세수요자들이 사들이면서 순간적으로 전세 수요층이 얇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서울 강남권과 도심권 등에서 입주가 이어지고 있어 전셋값 약세가 더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0년 전쯤 잠실에서 주공1~4단지(약 2만가구)가 릴레이 입주를 하면서 송파구는 물론 강남까지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전세수요자의 매매수요 전환 때문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전·월세 거래 급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주택시장에서 매매와 전세 모두 거래량은 눈에 띄게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6313건으로 전월(1만3880건)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달 들어서도 7일 기준 매매거래는 1016건에 불과하다. 이 같은 추세라면 5월 전체 거래량은 5000건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194건이었다.

4월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도 1만3641건으로 전월(1만7936건)보다 4000여건 줄었다.
또 이달 7일 기준 전·월세 거래량은 2277건에 그쳐 월간 거래량이 1만건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전·월세 거래량은 1만3133건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와 지방선거, 러시아 월드컵, 남북 화해무드 등 주변 이슈가 많아 아무래도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시장에서 주체 간의 힘겨루기는 여름휴가철 이후에나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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