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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의적인 드론과 反창의적인 한국 교육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8 18:48

수정 2018.05.09 10:06

[기고] 창의적인 드론과 反창의적인 한국 교육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보다 더 주목받은 것이 있다. 미국 인텔사의 1218대 드론쇼다. 한국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왜 우리는 못하는가'라고 탄식하면서 다양한 분석기사를 쏟아냈다. 최근 중국은 1374대의 드론 군무를 펼치며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드론강국으로서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면 한국은 왜 드론을 응용한 이같은 첨단쇼를 하지 못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교육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드론은 참으로 창의적인 친구다. 뛰어난 기동성을 무기로 거의 무한대의 활용성을 자랑한다. 기동성이 기술력의 소산이라면, 활용성의 바탕은 창의력과 융복합 능력이다. 창의적이지 못한 드론은 그저 날아다니는 기계에 불과하다. 드론의 활용 정도는 그 사회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창의성은 선천적인 요인도 있지만, 교육이라는 후천적 환경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드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한마디로 창의성을 말살하는 교육이다. 대학입시를 정점에 두고, 입시방식을 이리 비틀어보고 저리 비틀어보고 하다가 허송세월한게 수십년째다. 어느 정권이든 창의성 함양교육을 내세웠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교육전문가가 수십만명, 아니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교육정책은 선거 때마다 대형 이슈가 됐다. 진보정권은 보편성 교육을, 보수정권은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은 극에서 극으로 왔다갔다 했다. 매번 국민 여론은 시끌시끌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쳐버리고, 이 와중에 창의성 교육은 명함도 못 내밀게 된다.

교육정책 노선의 옳고 그름과 가치판단을 하려는 게 아니다. 어느 노선이든 학생들의 창의력과 융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력을 살려주고 키워주는 정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자는 수월성 교육이 창의력을 키우는데 유리하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창의성은 보편성이나 수월성과는 다른 차원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을 수월성과 연결시키는 발상자체가 반(反)창의적이지 않을까? 오히려 창의성은 연대성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나홀로 창의성으로는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대신 연대를 통해, 유연한 사고를 통해, 공동체 안팎에서의 소통을 거친 창의성이 시대의 흐름이 된 듯하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개인은 나름의 개체이며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지만, 개체로서의 특성때문이 아니라 위대한 인간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협회에서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드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 경쟁률도 제법 세다. 그런데 궁금하다. 이 학생들은 왜 드론을 배우려 하는지, 학부모들은 왜 공부하기에도 바쁜 자녀들에게 드론을 배우라고 하는지 말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드론의 멋드러진 겉모습만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드론의 가치는 무엇이고, 드론과 인간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드론의 속을 들여봐달라는 거다. 10대 초중반은 연령대별로 볼 때 상상력이 가장 왕성한 때라고 한다. 드론을 대할 때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부모들은 자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함께 드론을 즐기고 자주 대화를 해달라. 드론의 장점은 기발함이라고 할 수 있다. 10대 초반의 정신적, 상상적 기발함이 드론의 기발함과 잘 조화될 수 있도록 학부모들께서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IT강국이라는 한국이 4차산업혁명에서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드론이 포함된 4차산업혁명은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범위도 훨씬 넓다. 드론이 날개를 달고 4차산업혁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한국의 교육정책도 창의성과 융복합성 함양을 최고 우선순위에 두고 실천해줬으면 한다. 창의성을 무시하고 말살하는 교육이 계속되는 한 인텔의 1218대 드론쇼나 중국의 1374대 드론 군무 같은 작업은 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창의성 교육의 시작은 '왜'라는 의문을 품는 것이다. '왜'야말로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다.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드론의 창의성과 4차산업혁명의 융복합성, 유연한 사고를 가로막고 '왜'라는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한국 교육의 반(反)창의성은 언제쯤 사라질까.

설동성 한국드론산업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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