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트럼프, 이란 핵합의 탈퇴 공식 발표 … “폼페이오 재방북”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9 09:41

수정 2018.05.09 09:41

President Donald Trump announces his decision to end the United States participation in the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 with Iran and his plans re-impose sanctions lifted under the deal in the Diplomatic Room of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on May 8, 2018. Photo by Leigh Vogel/UPI<A
President Donald Trump announces his decision to end the United States participation in the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 with Iran and his plans re-impose sanctions lifted under the deal in the Diplomatic Room of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on May 8, 2018. Photo by Leigh Vogel/UPI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예상대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부터 미국의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는 또 이란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제재조치들을 다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 탈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행정부 관리들이 폼페이오의 정확한 방북 목적에 대해 코멘트 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 시민들의 석방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전 핵심 이슈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파기 결정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간 외교적 마찰을 초래하고 시장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미국의 이란 제재 재개 결정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내려졌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도 높은 압박 전략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면서 “이란의 핵무기 추구를 돕는 모든 국가들도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국제 사회의 6개 주요 국가들은 지난 2015년 이란과 협정을 맺고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부터 이란 핵 합의는 잘못됐다고 비난하며 수정을 촉구해왔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이란 핵합의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날 TV를 통해 생중계된 성명 발표를 통해 “오늘 행동은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위협은 더 이상 빈말이 아니다. 내가 약속한 것은 이행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란 핵합의 무효화를 주장해온 자신의 공약 이행을 강조한 것이지만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측에 보내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고 관계 정상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탈퇴 발표 직후 준비된 성명을 통해 “제재조치들은 90일과 180일의 마무리 기간을 두고 다시 취해질 것”이라면서 “정리 기간이 끝나면 제재조치들은 전면적으로 다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에너지산업, 금융기관, 제반 산업분야, 달러화에 대한 접근 능력에 타격을 주기 위한 폭넓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의 이란 제재를 따르기 거부하는 외국 기업들을 미국 시장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對) 이란 경제 제재에 당장 돌입하지 않고 90일과 180일의 정리 기간을 부여한 것은 이란 핵합의 수정을 위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의 경제 제재가 발효되더라고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거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하루 100만 ~ 150만배럴 정도 줄었던 것에 비해 미국의 단독 제재는 이란 원유 수출을 하루 30만 ~ 50만배럴 축소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세계 원유 소비량은 하루 약 1억배럴이다.

국제 유가는 이날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탈퇴 발표 후 낙폭을 크게 축소했다. 미국 원유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유(WTI)는 장 초반 최고 4.38% 후퇴하는 급락세를 연출했으나 장 후반 낙폭을 줄여 2.4% 내린 배럴당 69.06달러에 마감됐다. 국제 원유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0.6% 하락, 배럴당 7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전일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 넘는 종가를 기록했다.

WSJ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예상하고 대비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이란 정부 관리들도 미국의 핵합의 탈퇴를 예상하며 이란은 충분히 대비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jdsmh@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