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다시 만난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보험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 외교전을 구사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청와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가 북한의 억류자 석방이란 공개적인 선물을 받아 귀국할 경우,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이 이르면 이달 말 판문점이나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개최될 것이란 점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美 억류자 석방, 비핵화 수준 협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3월말 방북한 목적이 북한 비핵화 의지확인과 북미 정상회담의 조율이었다면 이번 방북은 억류자 3명 석방과 비핵화 관련해 기존 핵무기의 미국 이전 또는 폐기 등을 약속받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이날 평양에 도착해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환영 오찬에 참석해 "수십 년 동안 적국이었지만 이제 갈등을 풀고 세계를 겨냥한 위협을 제거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협의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폼페이오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넘어 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폐기 등까지 거론했다. 핵탄두를 싣을 수 있는 모든 무기와 생화학무기의 폐기도 포함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북길에 동행한 기자에게 "북한에 도착하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문제를 꺼낼 것"이라며 "북한이 이들을 석방하기로 합의하면 좋은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핵폐기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이미 핵사찰까지 수용한 상태에서 기존 완성된 핵무기를 미국에 이전 또는 폐기하는 모습까지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폼페이오는 장소와 일정, 의제 등을 확정짓고 미국인 억류자 3명과 함께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북에는 기존 핵무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의 핵 폐기 모양새도 보여 달라고 할 것이다. 그래야 미국 내 반대 세력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정책기획 담당에 이어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까지 데려간 것은 이같은 핵폐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면서 "오늘 (이란 핵 협정 탈퇴) 조치는 미국은 더는 빈 협박을 하지 않는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언급했다. 존 볼턴 NSC 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오늘 탈퇴의 또 다른 측면은 이란뿐 아니라 다가오는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핵확산·무기통제 합의에서는 검증과 준수의 측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북미회담 장소 판문점? 제3국? '초미의 관심'
초미의 관심사인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은 폼페이오가 미국으로 돌아온 후 발표될 전망이다. 이르면 이달말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판문점이나 싱가포르 등 제3의 장소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27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역사적 상징성과 흥행성에 기대감으로 판문점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참모들의 반대가 심해 최종 발표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판문점은 남북에만 좋은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워싱턴에 꽤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을 들어보니 솔깃했지만 실무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누르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북한 전용기가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중립지대인 싱가포르가 부상하고 있다. 양 정상의 신변안전과 미디어 접근성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벨상까지 거론되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평양으로 갈 가능성은 막판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중국을 끌어들이며, 미국과 중국사이 줄타기 외교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0여일만에 다롄에서 두번째 북중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대서특필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이 종전선언에서 배제되는 것에 시큰둥한 상황에서 북한을 달래 가면서 한발짝 집어넣으려 한다"며 "북한은 북중관계를 진행시키면서 중국을 만족시키고, 미국을 압박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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