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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이슈에서 밀려난 삼성 대졸 공채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9 17:11

수정 2018.05.10 08:54

[차장칼럼] 이슈에서 밀려난 삼성 대졸 공채

사실, 그렇게 오래 통화할 계획이 아니었다.

삼성 상반기 대졸 공채시험, 직무적성검사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 현장 취재를 위해 삼성전자 홍보팀에 몇 가지 물어보려고 하다가 통화가 길어졌다. 고용노동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논란을 비롯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와해문건 검찰 수사,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정전사태 등으로 인해 대졸 공채는 화제에서 벗어났다.

과거 3~4월은 삼성그룹 상반기 대졸 공채가 주요 취재 중 하나였다. 얼마나 뽑을지, 일정은 어떤지, 어떤 문제가 나올지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소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삼성그룹의 대졸 공채는 다른 이슈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 공채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마지막 그룹 공채'라는 이유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룹 공채가 없어지고 개별 채용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4월 마지막 그룹 공채를 취재하기 위해 찾은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응시생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삼성이 공채를 통해 대규모로 뽑아야 다른 기업 경쟁률도 낮아지고, 기회도 많아진다. 삼성이 계열사별 채용을 통해 신입 채용 규모가 줄어들면 다른 기업 취업 경쟁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응시생은 지난해 하반기 삼성 공채 시험을 봤다 떨어져 두 번째로 시험을 본 상태였다.

삼성그룹의 정확한 채용인원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통상 한 해 1만~1만2000명을 뽑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 70%가량이 삼성전자에 배치돼 왔다. 계열사가 원하는 채용인원만 합하면 1만명 아래로 훅 떨어지지만 과거 미전실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계열사를 독려해 1만명 이상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계열사별로 공채를 전환하면 필수인원만 뽑기 때문에 전체 채용 규모는 줄어든다. 결국 미전실 해체의 유탄은 취업준비생들이 맞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취업시장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던 제조업에선 조선, 자동차 업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디스플레이 또한 중국의 추격에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정도만 버티고 있는 정도다.

올해 4월 계열사별 선발로 진행하는 두 번째 공채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생의 말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그의 절박함을 정부 당국자들은 알고 있을까. "삼성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전공필수'와 같이 무조건 응시해야 하는 곳이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단 취업이 먼저".

전용기 산업부 courag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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