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이란 악재로 신흥시장 '휘청'.. 통화가치 급락 언제쯤 멈출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0 17:23

수정 2018.05.10 20:58

지정학적 긴장 고조되고 유가, 3년만에 최고치..  통화가치 줄줄이 하락
핵협정 재개 가능성 고려..  대다수 투자자 시장 지켜
"자금이탈 지속" 경고도
이란 악재로 신흥시장 '휘청'.. 통화가치 급락 언제쯤 멈출까

신흥시장이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 후폭풍으로 휘청대고 있다.

보호주의와 관세폭탄, 무역전쟁 경고 등으로 한차례 뒤흔들렸던 신흥시장이 이제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으로 더욱 힘겨워진 상황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이에따라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면서 신흥시장 통화들이 이날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부터 인도네시아 루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터키 리라에 이르기까지 신흥시장 통화들이 급격한 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신흥시장 통화는 최근 달러 강세 흐름과 미 국채 수익률 3% 돌파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연초까지의 강세를 뒤로하고 약세 움직임을 보여왔고, 이번에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탈퇴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하강 압력이 더 높아지게 됐다.

투자자들은 최근 신흥시장 채권에서도 서서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일본계 은행 미쓰비시UFJ 금융그룹(MUFG)는 분석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결정은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렇게 더해진 불확실성은 현재 신흥시장 분위기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6월 인도분이 배럴당 2.36달러(3.2%) 급등한 77.2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77.43달러를 찍기도 했다.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역시 2.08달러(3%) 뛴 배럴당 71.14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77.43달러, WTI는 71.36달러까지 오르며 2014년 11월 이후 3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 상승은 신흥시장 국가 가운데 석유 순수입국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때문에 터키가 이날 투기세력들의 목표물이 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하기 전까지 터키 리라는 최근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경제가 7.4% 성장했지만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높은데다 경상수지 적자폭도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경기과열의 부정적인 면이 두드러진데 따른 것이다.

리라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13% 가까이 하락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리라 급락과 인플레이션 급등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리라는 상승세로 돌아서 달러에 대해 1.1% 가치가 올랐다.

러시아 루블도 초반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가뜩이나 경제제재로 뒤숭숭한 러시아 경제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그렇지만 장 후반 0.3%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장초반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한데 힘입어 달러에 대해 0.5% 가치가 올랐지만 이후 약세로 반전됐다. 페소는 이날도 달러에 대해 0.9% 추가 하락했다. 이달 낙폭이 9.5%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신흥시장의 충격은 몇가지 요인들로 인해 덜 파괴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란 핵협정 파기를 시사하고 나서는 등 그의 핵협정 탈퇴는 언젠가 이뤄질 예견된 사건이었다는 점, 유럽이 이란과 함께 핵협정 존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또 지금은 이란과 미국이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양국 간에 다시 핵협정이 맺어지리라는 기대감 등이 그것이다.
이때문에 여전히 대다수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조류는 바뀌었다면서 신흥시장 자금이탈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전세계 경제 동반 성장세가 올해에는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미국의 고금리로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