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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입주대란 현실로] 수도권 새 아파트 전세가 9000만원.. 미분양·대출규제 겹친 지방 더 심각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3 17:07

수정 2018.05.13 17:07

‘깡통’ 우려에 전셋값 낮춰 분양가 절반까지 내리기도
대출규모마저 줄어든 지방 기존 아파트 팔지도 못해 일부선 입주기간 연장 요구
[하반기 입주대란 현실로] 수도권 새 아파트 전세가 9000만원.. 미분양·대출규제 겹친 지방 더 심각


#1. 경기 용인 남사면 A아파트의 전용 84㎡ 전세가격은 1억2000만원이다. 입주일이 지난 신규 아파트라 이사 날짜도 협의 가능하지만 세입자를 찾기 힘들다. 이 단지의 전세 매물만 100여개, 인근 블록까지 합치면 300여개에 달해 전세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2. B씨는 내년 초 입주예정인 경북 포항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고 있는 집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석 달째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B씨는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을 받았는데 집이 팔리지 않으면 잔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입주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입주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분양 당시 시세차익을 노리고 계약금만 투자한 사람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상대적으로 실수요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는 지방은 전반적 경기침체 등으로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어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새 아파트 전세가 9000만원?

수도권의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경기 용인시 남사면의 얘기다. 올해 하반기 7000여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벌어진 현상이다.

서울 역세권 원룸 전세가보다 낮지만 세입자는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잔금을 낼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은 대출을 끼고 세입자를 구하기 때문에 더 낮게 전세금을 낮추는 추세다. '깡통 전세' 우려가 심화되면서 그보다 높은 전세가로는 시장에 내놓기도 힘든 형편이다.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의 전세가도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던 B아파트는 막상 입주시점이 되자 전세가가 분양가의 절반 정도에 형성되고 있다. 대출이 많은 물건의 경우 전세가율은 훨씬 낮다. 배곧신도시 역시 남은 입주물량이 많아 세입자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동탄2신도시를 비롯해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 일부 지역은 입주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입주대란은 전세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집값도 함께 끌어내리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보유세나 재건축초과부담금 등 강력한 리스크가 남은 상태라 시장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매시장 '꽁꽁', 지방 실수요자 타격

분양권 투자자들이 몰린 수도권에 비해 실수요자 중심인 지방이 훨씬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경직돼 있어 거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은 기존 집을 팔아야 새집으로 옮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입주물량 소진은 재고주택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미분양이 적체된 상황에 규제까지 더해지니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중도금 대출에서 잔금 대출로 갈아타는 시기에 금리가 오르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모도 2년 전 분양받을 당시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입주대란 우려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6.3%로 6개월째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입주 리스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면서 "경기와 충남, 경남 등 대규모 단지 입주가 예정된 지역은 입주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입주대란 우려가 현실화되자 일부에서는 입주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2개월로 정해진 입주기간에 80% 넘게 입주하면 상황이 좋다고 하는데 현재로서는 서울에서도 강남권이나 인기 주거지역 외에는 낙관하기 힘들다"며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고, 입주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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