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혁신성장 원하면 정부는 뒤로 빠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3 17:24

수정 2018.05.13 17:24

"그냥 놔두는 게 돕는 것"
걸림돌만 안 되면 다행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1일 '산업혁신 2020 플랫폼'을 발족하고 신산업 육성 청사진을 내놨다. 민간이 5년간 160조원을 투자하고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자리는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5대 신산업 육성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목표달성 의지를 다지는 일종의 출범식이다.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그쳤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목표연도별 숫자만 나열해 놓았을 뿐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60조원이라는 엄청난 투자금액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산업부가 연간 단위로 대기업 투자계획을 받았지만 제대로 실행된 적이 드물다.

일자리 창출 역시 마찬가지다. 반년 전 계획에는 30만개였지만 이번 로드맵에서는 20만개로 줄었다. 현실을 반영해 수치를 줄였다지만 앞으로 1~2년 뒤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기업들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에너지 분야 일자리가 전체의 76%인 15만개 가까이 된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두 축은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혁신성장은 뒷전으로 밀리고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분배 위주의 친노동.반기업 정책의 결과는 참담하다. 미국, 일본 등은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세계 경기회복의 열매를 따 먹지만 한국만 유독 거꾸로 간다. 미국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한국은 17년 만에 최고다.

한국 경제를 이끌던 조선.철강 등 주력업종의 성장세가 꺾인지는 오래다. 하지만 반도체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정부가 나서 몇 년간 얼마를 투자하고 일자리를 몇 개 만든다는 식의 숫자놀음은 그만둘 때가 됐다. 특히 지금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정부 주도의 성장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도 않는다. 정부는 기업이 신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주면 그만이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서 "정부는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기술.신제품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규제를 틀어쥔 공무원과 국회는 새것에는 인색하다. 눈에 띄는 대로 재갈을 물리고 족쇄를 채운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에 절반이 한국에선 불법이란 보고서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며 낡은 법과 싸우는데 늘 과거가 이긴다" "정부가 기업을 그냥 놔두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하소연이 과장이 아니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