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뇌연구 혁신을 통한 치매 극복

'암보다 무서운 것이 치매'라고 하듯이 많은 국민은 치매를 고령사회의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약 70만명으로, 이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에 해당한다. 치매관리비용은 2015년 13조원에서 2050년에는 106조원으로 8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치매환자와 가족을 돌보고 치매안심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했다. 이를 과학기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범부처적으로 '국가 치매 연구개발(R&D) 중장기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세계적 다국적 회사들이 잇따라 치매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료제도 발병 이후 증상만 완화해줄 뿐 근본적으로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는 약물은 없다. 우리는 이대로 치매에 굴복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세계는 치매 R&D 전략을 조기 예측 및 진단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치매는 뇌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포함한 여러 인지기능에 장애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특히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중년 이후부터 뇌세포가 보이지 않게 손상을 입으며 조금씩 진행된다. 인지기능이 정상처럼 보였던 '잠재적 치매' 환자들이 60대 들어 진짜 치매로 드러난다.

정부는 이 단계에서 조기진단을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R&D 고도화를 통해 전략적인 치매 극복에 나설 것이다. 중년의 잠재적 치매환자를 판별하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거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영상 및 유전자,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예측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한마디로 40~50대에 치매 발병을 미리 진단하고 예방하자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뇌연구혁신 2030(제3차 뇌연구촉진 기본계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도 치매 조기진단을 통한 '건강 뇌' 실현이다. 조기진단을 통해 2030년 이후 치매 발병을 5년 늦추고 치매 증가속도를 50% 감소시키면 2040년에는 치매환자 수를 예상보다 45만명이나 줄일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치매 조기진단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앞으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선 연구자 중심의 창의적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기초연구비를 2배 확대하는 등 뇌과학을 꾸준히 지원할 것이다. 또한 '뇌연구혁신 2030'에 따라 '브레인 그랜드 챌린지 프로젝트'를 추진해 뇌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혁신적 뇌연구에 도전할 것이다. '국제 브레인 이니셔티브' 등 글로벌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해 뇌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세계와 공유하고 우리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치매 원인 규명.치료 기술은 모든 국가가 같은 출발선에 있어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선도기술 창출이 가능하다.
치매는 분명 두려운 질병이지만 시장 관점에선 태동기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는 데 유리하다. '제2의 셀트리온'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올 것을 치매시장에서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뇌연구는 인간을 이해하고, 국민생활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뇌연구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정부에서 수립하고 있는 치매 R&D 추진전략이 환자와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진정한 효도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