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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금융시장 수수께끼.. 안갯속 정국에도 증시·채권 상승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3 17:26

수정 2018.05.13 20:41

포퓰리즘-극우 연정 우려감 공공부채 GDP 132% 세계3위 
금리인상기 부담 가중 불안 악재에도 주식채권 영향 없어 일각선 "시장위험성 인지해야" 
伊 금융시장 수수께끼.. 안갯속 정국에도 증시·채권 상승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수수께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이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상승세고, 시장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큰 변동이 없다.

지난 3월 총선 뒤 9주째에야 연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포퓰리스트 정당과 극우 정당간 결합으로 정정불안 우려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임에도 금융시장은 탄탄한 모습이다.

특히 연정이 임빅한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은 모두 기존의 연금 개혁 등을 뒤집고, 재정지출도 확대해 재정부담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시장 흐름은 수수께끼 그 자체다.

伊 금융시장 수수께끼.. 안갯속 정국에도 증시·채권 상승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정정불안이 시장을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기존 흐름과 달리 이탈리아 정정불안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표 주가지수인 밀라노증시의 FTSE MIB 지수는 올들어 11% 상승해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대표 지수인 유로 스톡스 50,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폭 2%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시장이 그 나라의 위험도를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도 안정적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스프레드는 1.3%포인트 수준으로 지난달에 비해서는 소폭 올랐지만 연초의 1.6%포인트보다는 되레 떨어졌다.

헤지펀드 앰버캐피털의 쥬세페 디미노는 "이탈리아 총선 뒤 사건전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너무도 평안한 모습을 보여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어느 정도는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총선 뒤 혼란과 포퓰리즘.극우 정당의 결합이라는 기형적인 연정윤곽은 이탈리아 재정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왔다.

오성운동과 동맹 모두 논란이 많은 연금개혁을 폐기하고, 복지비용 지출 확대를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공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32% 수준으로 세계 3위에 이른다. 연정의 정책 구상은 막대한 부채부담을 가중시킬게 뻔하다.

이미 이탈리아는 연간 약 700억유로를 빚을 갚느데 쓰고 있다.

지금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계속하고 있어 이자 부담이 적지만 시장 예상대로 올 후반 ECB가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하면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수수께끼의 해답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재정부담을 크게 높일 연정의 정책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WSJ은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좌파 성향의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간의 정책조율이 순탄하고 빠르게 전개될 수는 없고, 결국 정부 정책은 지금 그대로 한동안 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미디어트캐피털그룹(ICG)의 리서치 책임자 니컬러즈 브룩스는 두 정당의 우선 순위가 크게 달라 지금 당장 바뀌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탈리아 경제의 높은 성장세, 채무위기로까지 번질 뻔했던 은행들의 악성부채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유로존 탈퇴 우려가 사실상 가셨다는 점이 시장의 탄탄한 흐름을 설명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오성운동은 유로존 탈퇴를 주장해왔지만 최근 들어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발을 뺐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고정수익 펀드매니저 마이크 리들은 "더이상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매수 신호"라고 평가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알문디의 이사벨 빅필리페도 "유로존 해체 우려는 더 이상 시장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장이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열런던자산운용의 크레이그 인치스 펀드매니저는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는 환경에서는 부채 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문제는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이 이같이 높아진 부채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개혁을 추진하던 마테오 렌치 총리의 실각을 가져왔던 2016년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 부결 뒤에도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난 3월 4일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해 정국이 혼란스럽게 됐지만 FTSE MIB 지수는 이후 10% 상승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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