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토끼몰이'에 빠진 삼성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토끼 사냥이 이뤄졌다. 당시 토끼 사냥은 눈 내린 날에 어김없이 하는 집단 행사였다. 토끼사냥은 주로 '몰이' 방식이었다. 하나의 무리가 산 위로 올라가고, 다른 무리는 산 아래로 가서 협공을 하는 식이다. 산 위에 올라간 무리는 손에 든 몽둥이로 나무들을 "탁탁" 두드리거나 "우우" 소리를 내서 토끼를 몰아 내려간다. 앞다리에 비해 뒷다리가 길어 내려갈 때 제대로 뛰지 못하는 토끼의 신체적 특성을 이용한 사냥방법이다. 10여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대열을 갖춘 상태로 산 위에서부터 아래 방향으로 토끼를 몰아간다. 산 아래 있던 무리 10여명도 대열을 갖춰서 포위망을 좁혀간다. 갈곳을 잃은 토끼는 몰이꾼들에게 잡히거나 올무에 걸릴 수밖에 없다.

요즘 삼성의 처지가 몰이꾼에 쫓기는 토끼처럼 보인다. 삼성은 새 정부 들어 사방에서 토끼몰이를 당하는 신세다. 잘잘못을 떠나 정부 당국은 경쟁하듯이 '삼성 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 일환으로 금융당국은 고무줄식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위원장까지 앞장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옥죄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의 영업기밀성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를 특별감사해달라는 국민청원 내용을 법원에 전달했다. 이는 '삼권분립 위배'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동시다발적이고 입체적 압박이다. 삼성에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가 작정하고 사정기관을 동원해 털려고 들면 먼지 안 나올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정부가 국익과 현실을 무시하거나, 고무줄식 기준으로 삼성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삼성 몰이의 정점을 찍은 이슈는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주장이다. 과거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 "문제없다"는 판단을 했다가 정권 교체 후 입장을 바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6년 외부감사와 금융감독원이 관리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받았다. 이 평가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심사도 받았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뒤늦게 특별감리를 실시한 후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조사 결과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확정되기 전에 외부에 공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재계에선 "창립 6년 만에 시총 30조원 규모의 신성장 기업을 육성한 삼성에 칭찬을 하지 못할망정 고무줄 잣대로 분식회계의 멍에를 씌우는 일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당국의 원칙도 바뀌면 기업이 어떻게 신사업에 투자를 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까지 할 수 있겠는가"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올해 창립 80년을 맞은 삼성은 몰이꾼에게 잡히느냐, 산을 떠나느냐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