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엘리엇의 깜냥


'엘리엇'만큼 스타 근성이 강한 외국계 펀드는 흔지 않다. 세간의 주목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지 등장 때마다 상당히 요란스럽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닻을 올린 지 1주일 만인 지난달 4일 이후 40여일간 입장문 배포한 것만 8회에 이른다. 5일에 한 번꼴이다. 외국계 펀드로는 이례적으로 과잉 친절(?)을 베풀고 있다.

명분은 주주이익이지만 바꿔 말하면 엘리엇의 이익 극대화다. 표면적으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표방하나 해외에선 이미 '시체를 뜯어먹는 탐욕스러운 독수리'를 뜻하는 벌처(vulture)펀드로 정평이 나 있다. 2001년에는 국채 알박기로 재정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를 국가부도에 빠뜨렸다. 회사채를 헐값에 인수한 델파이를 창구 삼아 2008년 미국 정부가 자동차산업에 쏟아부은 공적자금의 상당부분을 빨아들였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스타일이다.

다만 기업의 접근방식은 다르다. 대규모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 이상 다른 주주들의 지지 또는 관심을 얻어야 배당을 두둑이 챙기고, 주가도 올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만큼 목소리를 자주 내야 한다. 말이 많아지면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3년 전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선 황당한 요구를 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현물배당하자며 정관개정을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그룹을 해체해 나눠 먹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기업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수익만 고려한 비합리적 요구다.

현대차그룹에서도 마찬가지다. 엘리엇은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사 전환을 제안했다. 그러나 금산분리에 위반된다. 오죽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까지 나서서 "금산분리법을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라고 일갈했을까. 이 정도면 합리적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으로 수익을 내는 행동주의 펀드라는 간판이 어울리지 않는다. 단순히 수익만 좇는 투기자본일 뿐이다. 아마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는 지주사 전환을 선택했어도 딴지를 걸었을 게다. 양사 주주 모두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져 합병비율에 100% 만족하는 것은 로또 당첨확률에 가깝다.

이 틈을 엘리엇은 주주이익을 앞세워 교묘하게 파고드는 게 주특기다. 주된 수단은 빈번한 자료 배포를 통한 여론전이다. 총수 일가가 사비를 털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대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투명성과 정당성을 갖춘 최상책이다. 따라서 외국인 연합군을 결집시킬 설득력도 크게 떨어진다.
아직까지 명확한 지분율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전반적으로 엘리엇이 진정한 행동주의 펀드로서 깜냥이 되는지 의문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다른 주주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