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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는' 부담금에 재건축시장 더 위축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5 21:27

수정 2018.05.15 21:27

80가구 반포현대가 1억.. 은마아파트 등 대단지 수억원대 부담금 현실화
전문가 "재건축 쏠린 관심 뉴타운·재개발로 이동할 듯”
서울 서초구청이 15일 반포현대 아파트의 재건축 부담금을 조합원 1인당 1억3569만원으로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라앉은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다 부담금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화되면서 재건축 단지 거래시장은 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서초구청이 발표한 반포현대 재건축 부담금 규모가 조합원들의 예상보다 훨씬 큰 점에 주목했다. 서초구청은 당초 조합이 산정한 1인당 부담금(7157만원)의 2배 수준인 '억' 단위 부담금을 발표했다.

80가구에 불과한 반포현대 아파트의 1인당 예상 부담금이 1억원을 넘어선 만큼 향후 이보다 규모가 큰 단지의 부담금은 수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는게 분석이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만 해도 각각 3930가구, 4424가구의 대단지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조합원들이 재산정한 예상액의 2배 수준으로 부담금을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서울 강남권에는 반포현대보다 규모가 크고, 가격이 더 많이 오른 단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현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5월과 6월 각각 9억3500만원, 9억6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는 매물이 없고, 같은 면적의 호가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형성돼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로 '많이 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일수록 부담금이 늘어나고 조합원들의 수익은 낮아진다'는 공식이 사실로 굳어지게 됐다"면서 "향후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담금 발표로 강남권 일대 재건축 단지 가격은 하락하고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주인들이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각종 세금 규제에 묶여있어 매도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8.2 대책' 발표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받거나 이미 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들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만큼(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1가구 1주택자는 제외) 재건축 단지에 대한 수요는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위원은 "부담금 발표에 따른 실망감에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매수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매도자들도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금 문제로 마음대로 집을 팔수 없어 부담금 발표에 따른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유세 개편안도 재건축 아파트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양 소장은 "집주인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에 보유세 개편 부담까지 겹쳐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향후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 변동률은 약세를 보이면서 가격 조정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시장에 쏠렸던 관심이 뉴타운 또는 재개발 사업지로 일부 이동하거나 초기 사업단계인 재건축 단지는 사업 진행 여부를 두고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사업 초기단계인 단지는 '재건축 강행파' '재건축 연기파' '리모델링파' 3파전 양상이 될 수 있다"면서 "더이상 재건축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규제 직격탄을 맞은 재건축사업을 피해 재개발이나 뉴타운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다보니 풍선효과급의 파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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