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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연4회 금리인상 기대와 한국 경제지표 의구심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4:08

수정 2018.05.16 16:34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강화되면서 올해 4차례 금리인상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초 세 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지만, 최근엔 분기말 한 차례씩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옮아가고 있다.

지난 달부터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된 가운데 미국의 거시지표는 최근까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금리 결정에서 중요한 고용시장과 물가압력 모두 통화긴축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달 초에 나온 미국의 4월 고용지표 결과는 시장예상치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고용 여건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월비 16.4만명 증가하며 시장예상치(19.2만명)를 하회했으나 3개월 평균은 20.8만명으로 양호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3.9%로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최근 고용지표 수치가 예상에 못 미쳤지만, 현지에선 미국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했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3개월 연속 전년비 2.6%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물가 압력 등도 연준이 올해 금리를 4차례 올릴 수 있다는 근거로 꼽힌다.

■ 미국, 금융시장도 4차례 금리인상 쪽으로 무게 중심 이동시키는 중

지난 연말, 연초 시점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에 대한 예상은 세 차례 정도였다. 연준 관계자들이 우선 이런 스탠스를 취했으며 금융시장에서도 이 정도 예상이 중립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당시 골드만삭스나 JP모간 등 일부 금융사는 분기에 한 차례 정도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4차례 금리인상 전망은 소수의견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엔 올해 금리 4차례 인상 전망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금리인상 이후 6월 금리인상은 이미 기정사실로 평가된다. 이후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점이 강하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에 형성된 트레이더들의 전망을 보면 이젠 연준이 올해 금리를 4차례 올릴 것이란 예상이 50%를 살짝 웃돌기 시작했다.

연준이 최근까지 올해 3차례 인상 전망을 발표했으나 고용지표 호전이나 물가전망 등을 바탕으로 6월에 점도표 등을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올해 연방기금금리는 3월, 6월, 9월, 12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인상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상태를 웃돌고 물가는 향후1~2년간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더 늦기 전에 늘어나는 채무부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고 있는 메스터 총재는 "길게 봐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0년엔 3% 이상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스터 총재가 매파로 분류되긴 하지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 금리도 더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1.50~1.75%로 한국(1.50%)보다 높다.

■ 경기회복세에 딴지 거는 경제지표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그간 국내의 금리인상 시점으로는 7월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다음주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정도가 금리인상 시점으로 적절하다는 관점이 강한 편이다.

아무튼 미국이 6월에 금리를 올려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더 벌어진 뒤 한은이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4월말에 발표된 3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비 2.5%, 전년비 4.3% 감소하면서 우려를 더하기도 했다. 전산업생산은 2월(전월비 -0.2%, 전년비 -1.2%)에 이어 3월(-1.2%, -1.0%)에도 전월비, 전년비 모두 감소했다.

최근엔 고용지표가 상당히 나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취업자수 30만명 증가 정도를 '양호하다'고 평가해 왔으나 3개월 연속 10만명대 초반의 신규 취업자수를 확인해야 했다.

이날 발표된 4월 고용지표를 보면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12.3만명 증가한 2686.8만명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로 수치만 보면 '고용쇼크'라 할 수 있다. 올해 1월 취업자수는 전년비 33.4만명 증가한 뒤 이후 줄곧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 쪽에서도 위험신호가 켜졌다. 이달 초에 발표된 4월 수출 증가율이 18개월만에 마이너스(-1.5%)를 기록했다. 작년 4월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지만, 반도체에 크게 의존해 성장해 가던 한국경제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었다.

한국경제에서 수출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데다 한국경제의 글로벌경제 민감도가 높다 보니 외국 일부에선 한국수출 둔화를 '세계경제 둔화'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주말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가 99.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는 1월에도 99.8을 기록한 바 있어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돈 것이다.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2014년 9월 99.8 이후 대략 40개월만에 경기 확장과 하강을 가르는 기준선인 100 밑으로 떨어진 셈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6~9개월 후의 경기 둔화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최근 적지 않은 경제지표상에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는 수치들이 나오면서 경기회복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는 중'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올해 3%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을 경계하고 있다.

■ 미국 금리인상 스탠스는 좀더 적극적으로 변했는데 한국은 경기논쟁 키우나

이런 가운데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 부의장이 "여러 지표로 봐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발언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소비와 서비스업 일부가 개선된 부분을 빼면 생산과 투자, 수출이 감소해 우리 경제가 회복흐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에 동의한다고 했다.

김 부의장 발언은 최근 경제지표가 나온 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와 한은이 경기회복세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최근 나온 지표들은 사실 예상에 못 미치는 수준이긴 했다.

대통령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뒤 사람들은 '정부 관계기관의 좀 색다른 경기진단이다,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일과 관련해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한 관계자는 "원래 이 분이 계속해서 경기를 좀 안 좋게 보고 있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람들은 한국 경기를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더욱 커진 '부조화' 흐름을 두고 고민을 키우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단 한국의 수출이 한 단계 꺾였다. 미국 역시 긴 경기상승국면의 후반부에 접어든 상태에 있다"면서 "사실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엔 좀 억지스런 구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기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하강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들도 많다.

하나금융투자의 김두언 이코노미스트는 "김광두 부의장 발언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있고, 경기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 "다만 침체 사이클의 초입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경기상승기의 후반부다. 경기 침체 진입시 나타나는 가격변수의 폭락 조짐이 아직은 없으며 실물경기 역시 기업의 투자가 일정 산업에 쏠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이 경기가 좋은 국면의 후반부에 있다고 가정하면 금리를 많이 올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은 총 4번, 내년엔 3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현재 국내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인상이 적절해 보이지 않지만, 미국과 보조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한번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다만 내년엔 금리를 계속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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