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재건축 수주전 잡음 막으려면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7 17:06

수정 2018.05.17 22:01

[기자수첩] 재건축 수주전 잡음 막으려면

"과일을 건네면서 인사하는데 덥썩 받을 수도 없고 안 받기도 민망하고…."

기자를 만난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단지 주민은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입찰에 참여할 예정인 건설사 관계자가 제공한 것이다보니 '뇌물'로 보일 수 있지만 불법행위로 판단하기에는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선물 상한액이 인상되면서 10만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과일 선물(?)이 유독 눈에 띄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건설사의 시공사 수주전 개별 홍보활동에 대해 규제의 칼을 빼들었지만 사업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서울 반포주공 1단지' 수주전처럼 과열양상이 대놓고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과열 불씨를 일으킬 만한 개별 홍보활동이 여전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과도한 수주전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면 해외공사처럼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안정적 자금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노른자 재건축단지를 수주하면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개별 홍보활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조합원들 때문이라고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적은 서울,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 평균 이상의 분양성적이 나오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사업은 특별한 시공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누가 더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조금 더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조합원들 마음과 시공사로 선정되고 싶은 건설사의 니즈(needs)가 겹치다보니 과다수주전 우려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수주전 잡음은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 국토부가 또다시 제동을 걸고 나선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입찰 참여 예정인 GS건설과 롯데건설이 제안한 일반분양가 할인 등의 각종 내용이 시공과 관련없는 금전적 지원에 해당된다면서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136번지를 비롯해 올해 수곳의 재건축단지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과도한 수주전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사와 조합원 모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jyyoun@fnnews.com 윤지영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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