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국정은 여론이 아닌 시스템이다

집권 1년째를 맞은 문재인정부에도 최근에는 누가 숨은 실세였다거나 지금 최고의 실세는 누구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중엔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도맡았던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경남도지사에 출마한 김경수 전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의 선거캠프 개소식은 여권의 최대 행사인 5·18 기념일 전날 열리면서 5·18 행사는 못 가도 김경수캠프 개소식에 가서 눈도장을 찍은 의원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가 전 정권 몰락의 배경임을 잘 아는 문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주변에서 실세라는 단어조차 허용치 않았다. 그리고 그 의지는 아직 분명해 보인다.

최측근 3인방으로 이른바 '3철'로 불렸던 양정철, 이호철, 전해철 세 사람이 모두 그동안 대통령과 거리를 둬왔다.

여당 주변에선 오히려 지난 1년간 실세 부재가 정치엔 득보다 독이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당청 간 조율이나 야당과 대화가 필요한 중대 시점마다 당청 수뇌부 모두 대통령 눈치만 볼 뿐 책임을 지고 교통정리를 해줄 인물 하나가 없어 호기를 놓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과거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던 실세정치, 여론과는 정반대로 가는 밀실 구태정치와 선을 긋는 문재인식 정치는 결이 다른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아직 극렬 지지자들, 이른바 '문빠'들의 문제를 해결짓지 못하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요즘 대표적 친문재인계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이들 극렬 문빠들로부터 하루 수백통의 문자폭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한달 반 동안 공전하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일명 '드루킹 특검'에 도장을 찍어준 지난 14일부터다.

실세들의 밀실정치와 다른 반대급부에서 나오는 또 다른 편향의 정치가 바로 중우정치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양념 발언' 등을 통해 극렬 지자자들에 대한 야당이나 주변의 우려를 피해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자폭탄, 비방댓글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이라는 취지로 한 단순한 발언이지만 문빠들의 행동은 그 뒤에도 폐해가 끊이지 않았다.
야당은 문 대통령을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라고 비난해왔다.

여당에서조차 이제는 문 대통령이 극렬팬들의 문제를 정리할 때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정은 여론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