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논단] 금융산업의 도덕적 적자를 해소하는 방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1 17:00

수정 2018.05.21 17:00

[fn논단] 금융산업의 도덕적 적자를 해소하는 방법

최근 금융산업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은행 신입사원의 채용비리,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각 그리고 은행의 예대금리 조정에 대한 불신 등이 그 배경이다. 과거 금융권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은행 예대금리차의 합리성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대출금리 산정이 불투명해 금융회사의 이익만 불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서정의는 '대한민국 금융빅뱅 시나리오'(2018)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은행 이용에 있어서 유로존 국민보다 평균적으로 약 0.5%포인트 높은 금융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 간 금융 여건의 차이를 감안해도 우리나라 금융거래 과정에 비효율이 적지 않음을 웅변한다.

금융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량 된다. 특히 고용 측면에서 양질의 일자리 보고로 꼽힌다. 그런 금융산업이 신뢰성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위기 원인과 대응과정을 분석한 '자유낙하'(2010)에서 '도덕적 적자의 중요성은 간과하기 쉽지만, 도덕적 적자가 커지면 시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객의 신뢰는 제조업 등 일반기업보다 금융회사에 훨씬 더 중요하다. 자기자본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일반기업과 달리 금융회사는 타인자본, 즉 예금자의 돈으로 영업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중개 기능은 금융회사의 신뢰성에 의심이 있을 경우 원활한 작동을 기대할 수 없다.

금융산업의 도덕적 자본은 어떻게 축적할 수 있을까. 금융회사 내부의 엄격한 규율이나 거래원칙도 고객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시장에 신뢰감을 주고, 고객을 대하는 사원들의 언어나 태도가 믿음직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단기업적주의나 지나친 이익 추구는 종사자들의 도덕적 일탈을 야기할 수 있다. 금융기업인은 많아도 금융인은 찾기 어렵다는 세간의 비판을 되새겨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산업의 신뢰를 보완해 줄 수 있을까. 그러려면 당국의 시야가 모든 금융거래를 포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시장참여자도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규제위반 처벌도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금융회사들의 익숙해진 회피 행태도 장벽이다. 금융 당국은 대마불사라는 마력에 취한 거대 금융회사의 타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금융산업의 경쟁 정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디지털 기술로 무장해 전문영역에 특화된 소규모 금융회사의 행동반경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높아지고 금융산업의 발전과 함께 소비자보호도 촉진된다.

금융산업 신뢰회복에는 금융회사나 감독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미흡하다. 금융서비스 소비자를 포함한 금융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금융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하에 제공받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을 회피하는 인식과 관행이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금융산업의 신뢰성 확보를 미뤄서는 안된다.
금융회사, 금융당국, 그리고 소비자 등 금융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함께 노력할 때만 달성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