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누더기 된 물관리일원화

지령 5000호 이벤트
이해 관계자들의 셈법에 막혀 1년 이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물관리일원화가 결국 빛을 보게 됐다. 30여년 가까이 시도와 좌절을 반복했던 물관리일원화 문제에 이제라도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보면 향후 새로운 물관리 정책에 대한 기대보다는 한숨이 더 크다. 물관리의 방점인 하천관리법(하천법)은 빠진 채 껍데기만 일원화한 '누더기' 합의이기 때문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18일 새벽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면서 물관리일원화 관련 3법을 포함한 8개 합의안을 내놨다. 물관리일원화 합의 법안은 정부조직법, 물기본법, 물산업법 등이다. 국토교통부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고 물관리정책의 기본방향.원칙과 물산업진흥 관련 정책을 환경부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언뜻 정부의 오랜 숙원이 이뤄진 듯한 합의 문구다. 이제부터 환경부가 수질과 수량을 컨트롤하며 물자원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야는 하천법을 물관리일원화에서 제외시키며 핵심을 피해갔다. 하천법은 국가.지방하천 정비.관리, 하천기본계획 등 하천 법정계획 수립 등 물관리 정책의 몸통인데 이 같은 하천과 관련한 막대한 권한을 국토부에 남겨두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물관리일원화가 되더라도 환경부는 4대강 재자연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환경부가 수문을 개방해 수질이나 수생태계 개선 방향을 수립해도 국토부 하천관리 부서에 수문개방시 검토해야 하는 지하수위나 유지관리 협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수질이나 자연 생태계 등 보호보다는 수자원개발이 주요 업무인 부처다. 따라서 당초 계획대로 수질과 수량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보호와 개발을 따로 나눠 관리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히려 국토부가 '4대강 사업'의 주요 추진 부처였던 점을 근거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얻기 위해 적폐청산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물관리일원화 3법에 들어있는 물산업진흥법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물 관련 산업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물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므로 예산문제 등에 부딪혀 물조차도 민영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국비지원의 첫 지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가 거론된다.
여야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합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물관리일원화를 반쪽짜리로 만든 뒤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남겨둘지, 30여년 숙원을 해결할지는 그날 결정된다. 어떻게 됐든 그 결과물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돌아간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