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맛따라 바뀌는 檢 피의사실 공표죄

지령 5000호 이벤트
"기소 전이라서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려줄 수 없습니다."

기자가 수년간 검찰을 출입하면서 검찰 간부들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다. 그간 검찰은 수사 과정.결과 등을 취재를 위해 물으면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명분을 들어 답변을 거부해왔다.

피의사실 공표죄란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하며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할 때 성립하는 범죄를 뜻한다. 형법 126조는 피의사실을 공표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이런 기계적인 공식 답변에 답답하지만 '무죄 추정 원칙'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의 인격권과 명예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이해하려고 해왔다.

다만 기자로서 취재할 권리가 있는 이상 기자와 친분 있는 검사들을 통해 수사 관련 취재에 나서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그만큼 검찰의 수사 보안은 잘 이뤄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조차도 검찰의 직무성 및 위신을 한순간에 실추시켰다는 지적이 인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다.

안미현 검사가 지난 15일 소속 기관장의 승인 없이 기습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뇌부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의 독립적 운영을 공언한 것과 달리 수사에 개입했다"는 등 수사 과정을 폭로한 데 이어 수사단이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단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법조계는 항명 사태의 잘잘못을 떠나 검사 신분인 이들이 내부법인 '검사윤리강령'을 저버리면서까지 수사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 피의사실 공표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는 안 검사와 수사단의 폭로를 비판하고 문 총장을 두둔하는 검사들의 글이 다수였다.

사전협의 없이 여론전을 벌였으나 '전문자문단'의 심의 결과 '수사 지휘가 적법했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검찰의 분란만 국민에게 보여준 셈이다. 검찰은 정치인도 잔다르크도 아니다. 법을 지켜야 할 검사가 되레 내부법을 어기고 피의사실 공표를 한 행위가 법에 입각해 일하는 일선 검사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낸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