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포퓰리즘 연정' 이탈리아 재정위기 경고등.. 유로존 긴장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1 17:43

수정 2018.05.21 21:40

신정부 정책 3대 초안 발표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감세, 부채 더 늘릴 가능성 높아져.. 적자 규모 1000억유로 예상
伊 국채가격 하락세 지속에 지난주 유럽증시 상승에도 밀라노증시 2.5% 떨어져
'포퓰리즘 연정' 이탈리아 재정위기 경고등.. 유로존 긴장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당간 연정이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을 또 다시 채무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CNN머니가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정을 꾸리고 있는 좌파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이 이날 발표한 정책초안의 내용이 유로존 3위 경제국 이탈리아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일부에서는 1000억유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리스와 달리 이탈리아가 재정위기에 빠지면 유로존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연정은 총선 기간 중의 유로 사용 중단,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연금개혁 중단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폐기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부담이 되는 정책들이 계속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연정의 정책안은 선거 기간 중 주장했던 'EU 예산규정 파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연정은 초안에서 예산규정 재검토를 요구하고 세수부족을 보충할 재원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채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초안은 3가지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저소득층에게 매월 기초소득 780유로를 지급하게 된다. 5성운동은 선거기간 중 연간 15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내용은 없지만 감세도 담겨있다. 새 소득세율은 15~20% 수준으로 낮춰질 전망이다. 아울러 연금개혁을 되돌리지는 않기로 했지만 은퇴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이미 그리스를 제외하면 EU 최고 수준인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국내총생산(GDP)의 132%)를 급속히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앞으로 5년 동안 이탈리아 공공부채 비중이 GDP의 1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페데리코 산티 애널리스트는 "연정의 재정정책 계획은 막대한 재정적자 증가를 낳게 될 것"이라면서 "이 계획이 실행되면 추가 재정지출이나 세수 부족분이 1000억유로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정에 1000억유로짜리 블랙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이탈리아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떤 정책이든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뒤 유로존을 채무위기에서 구해내기 전까지 유로존 채무위기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이라고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그리스와 달리 이탈리아가 채무위기에 빠지면 유로존 역시 침몰할 수밖에 없다.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GDP는 유로존 전체의 약 15%, 공공부채 비중은 23%에 이른다면서 유로존 GDP의 1.8%, 공공부채의 3.3%에 불과했던 그리스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산티는 "초안 내용이 완화되고, 점진적으로 적용된다해도 여전히 EU 재정적자 목표에서는 크게 벗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시장신뢰를 훼손하고도 남을 정도의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정불안에도 상승흐름에 별다른 변화가 없던 이탈리아 금융시장도 서서히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증시가 지난주 0.6% 상승한 것과 대조적으로 밀라노증시의 FTSE MIB 지수는 2.5% 하락했다.

이탈리아 국채 가격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서서히 이탈리아 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연정의 구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연정이 총리 후보를 지명하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대통령의 승인 뒤에는 의회에서 신임 투표를 거쳐야 한다. CNN머니는 투자자들이 이 과정에서 과격한 정책이 걸러지고 순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핵심인 프랑스와 독일이 이탈리아 변수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지속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이 24일 회의에서 다음달 정상회의 의제 등을 조율하고, 다음달 28~29일 EU정상회의에서 유로존 개혁안 일부를 확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로존 개혁 총대를 메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탈리아 변수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다음달 정상회에서 EU가 '중대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의미있는 개혁을 할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