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기로에 선 한국경제] 주요 산유국 감산 고수..하루 100만배럴 부족 전망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2 17:28

수정 2018.05.22 20:47

유가 100弗 시대 오나… 암초 만난 경제
이란·베네수엘라 제재 우려..美 셰일석유 수출도 제한
원유 공급 차질 지속될 듯
[기로에 선 한국경제] 주요 산유국 감산 고수..하루 100만배럴 부족 전망

최근 유가 급등세를 두고 해외 전문가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 및 제재 재개 발표,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가 가장 주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17일(현지시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한 뒤에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일 종가 79.30달러에 이어 지난 22일에는 79.45달러에 마감됐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여건은 원유공급을 더욱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 향후 오름세가 더 강해질 여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란의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 재개에 따른 부담, 여기에다 최근 프랑스 석유업체 토탈이 이란 석유사업 탈퇴를 선언한 것이 향후 석유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구 업체들의 투자를 바탕으로 낡은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토탈의 선언은 이 같은 투자가 현실화하기 어려워졌음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이 장기적으로 석유·가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1000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와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을 제치고 확인된 석유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베네수엘라는 예상보다 생산 위축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베네수엘라 석유시설, 석유제품 압류를 잇따라 결정하면서 수출 감소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반면 이란 등의 석유 감소분을 메울 것으로 기대됐던 미 셰일석유는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다. 미 셰일 석유산업 역시 낡은 송유관과 인프라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석유 수출에 제한을 받고 있다. 특히 셰일 주요 생산지인 퍼미언 분지 송유관은 이미 포화상태다. 미국 남부해안으로 이어지는 추가 송유관 매설공사는 내년 말에나 완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퍼미언에서 생산되는 원유 약 2억배럴이 앞으로 16개월 동안 시장에 나오지 못할 것으로 PLG컨설팅은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맬린슨은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이제 석유시장이 구조적인 상승기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유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충분히 이어질 '가격 상승으로의 구조적인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들은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를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BoA는 만약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시 증산한다면 내년 2·4분기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를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다른 산유국 중 앙골라와 브라질의 생산도 저조한 상태여서 이르면 올여름 공급 부족량이 하루 100만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상승을 즐기는 분위기다. 사우디는 그동안 석유공급이 부족해지면 다른 산유국들과 함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유가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감산을 고수할 태세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최근 유가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진 점은 알고 있지만 전 세계에는 여전히 막대한 석유가 공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사우디 에너지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가 감산 해제로 공급을 늘릴 경우 새로운 유가 하락의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사우디는 경제 구조조정과 국영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 상장(IPO)을 앞두고 고유가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시장개입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희박하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전세계 석유수요 증가폭 전망을 하루 150만배럴에서 140만배럴로 줄이는 등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석유수요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유가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우디와 러시아가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