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터키 중앙銀 침묵에 리라 끝모를 추락…결국 IMF로 향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2 17:35

수정 2018.05.22 17:50

에르도안 리스크에 경제 난국
올들어 17% 폭락 '사상최저'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급등
미중 무역갈등 봉합 되면서
달러강세까지 덮쳐 '암울'
/자료=톰슨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
/자료=톰슨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
터키 리라가 또 다시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일단 봉합되면서 달러가 신흥시장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낸 것이 주된 요인이지만 터키의 높은 부채, 경상수지 적자 등 국지적 요인이 더해져 리라 추락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터키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손발을 묶어두고 있어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것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상태로 가면 아르헨티나처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라는 이날 미 달러에 대해 2% 넘게 급락해 달러당 4.90리라 수준으로 추락했다. 또 다시 사상최저치를 기록하며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리라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17%, 지난달 중순 이후에만 12% 넘게 하락했다.

시장의 국가신용도 척도인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기준물인 10년만기 터키 국채 수익률은 이날 14.65%에서 15.29%로 뛰었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급등했다. 장후반 매도세가 주춤하며 수익률은 14.96%로 상승폭을 좁혔다. 주식시장만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이스탄불 증시의 BIST100 지수가 지난주말보다 0.3% 상승했다.

미·중이 무역전쟁에 휴전하면서 달러가 상승한 것이 1차 원인이다. 이때문에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시장분위기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특히 경상수지 적자, 높은 달러 부채, 정정불안, 높은 석유의존도 등의 약점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 어려움이 집중되고 있다.

터키는 4가지 약점 모두를 갖고 있다. 게다가 통화가치 급락 속에서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고금리를 원하지 않아 금리인상 카드가 사장됐다.

라보뱅크 신흥시장 담당 애널리스트 피요트르 마티스는 "지속적인 리라 하락에도 불구하고 터키 중앙은행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리라 하락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경착륙 위험도 높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터키 가계는 소비지출을 줄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것이라면서 "리라 약세에 따른 대외채무 부담 가중 역시 경제에 주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티스는 리라 가치가 계속 추락함에 따라 터키 가계와 기업들이 리라 대신 달러를 주고 받는 달러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 가다간 IMF 구제 금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온다. L&G 인베스터매니지먼트의 사이먼 퀴하노-에번스는 터키 리라와 남아공 랜드의 주도로 신흥시장 환율이 다시 압박을 받는 점은 결코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면서 이들은 단기 대외부채를 갚는데 쓰일 외환보유액이 가장 적은 나라들 가운데 하나고, 경상수지 적자 역시 수위를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터키, 남아공과 함께 이들 항목 상위에 오른 우크라이나는 이미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신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터키의 부채는 지난달에도 16%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이날 터키 재무부 발표를 인용해 4월말 현재 터키 국가부채가 전년동월비 15.8% 증가한 9211억리라(약 218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약 40% 수준인 3681억리라가 외국환 표시 채무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