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빙디자인 강자를 만나다]

양정은 호호당 대표, '어사화 수호랑' 만든 보자기 장인

⑥ 양정은 호호당 대표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어사화 수호랑'이 큰 관심을 받았다. 운(運)을 부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터넷에서 한 때 2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국민들의 성원에 보급형으로도 제작되긴 했지만 원래는 메달리스트들에게만 주어졌던 평창 '굿즈'다.

어사화 수호랑은 '한국 감성'으로 무장, 리빙·디자인 업계에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양정은 호호당 대표(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양 대표는 "평창조직위로부터 연락받고는 가슴이 뭉클했다. 평창올림픽 메달리스트용 102개와 패럴림픽용 80개를 합해 약 200개의 어사화 수호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호호당은 '보자기'로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유기 제품 등 식기와 천연 소재로 만든 의류, 보자기와 이로 만드는 포장법 등을 제품으로 판매한다.

전통 의상을 만드는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영향으로 한국적인 것에 꽂혔던 그는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하고 졸업 후 한식당을 차렸다. 그 때도 호호당이라는 이름을 썼다. 주로 이바지, 폐백 등 전통 음식을 주문, 제작하는 일이었다. 그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예비 신부들이나 기업체를 대상으로 요리 수업도 진행했다.

양 대표는 그 당시 보자기의 매력에 빠졌다. 양 대표는 "폐백이든 이바지 음식이든 전통적인 한식 요리는 보자기와 연결된다. 마무리를 하려면 보자기가 필요했는데 마음에 드는 보자기를 구하기 힘들어 만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것이 대박 난 보자기업체 '호호당'의 시초다. 아버지를 통해 한국 전통 원단을 얻었다. 좋은 제품을 찾는 것보단 만드는 것이 양 대표에겐 더 쉬운 접근이었다.

2013년 양 대표는 결혼과 함께 한식당을 접고 제품 판매에 주력했다. 한식당을 운영할 때부터 예단업계에서 입소문이 날만큼 유명했던 양 대표는 기업간거래(B2B)도 시작했다. 공방 형식으로 시작됐던 호호당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도자기업체 광주요 등으로 부터 선물 포장을 의뢰 받으면서부터다. 매출도 매년 두 배 이상씩 늘었다.

우리 기업뿐만이 아니다. 호호당은 보테가 베네타, 발렉스트라 등 '명품'업체들과도 협업했다. 양 대표는 "보자기로 포장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업체들의 의뢰를 받는 건 더욱 특별한 기분"이라면서 "현지의 전통을 존중해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2014년 '호호당의 선물요리'라는 책을 내기도 한 그는 최근 두 번째 저서를 준비 중이다. 출산, 돌, 성년례 등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던 '기념일'을 챙기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양 대표는 "혼례도 그렇고 요즘은 세시풍속이 뒤죽박죽 섞여 변질됐다"면서 "'전통=허례허식'이라는 이미지를 타파하고 소박하지만 바르게 챙기는 방법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