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값 비싸졌다" vs "아니다".. 도서정가제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3 17:07

수정 2018.05.23 17:07

전자책 대여 3개월로 제한.. 온라인서점 할인혜택 줄고 폐지 국민청원 3만명 넘어
출판업계 "국내 책값 싼편 도서정가제 없으면 안돼"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많은 소비자들은 책값이 비싸졌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와중에 이달부터 관계업계의 협약으로 도서정가제가 사실상 더 강화된 형태로 운영돼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많은 소비자들은 책값이 비싸졌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와중에 이달부터 관계업계의 협약으로 도서정가제가 사실상 더 강화된 형태로 운영돼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독서를 막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동네 서점의 활성화와 작가의 창작 활동 보호를 위해 실행된 도서정가제가 정작 출판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청원은 현재 3만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지만, 정작 도서정가제는 이달부터 관계업계의 협약으로 더 강화된 형태로 운영돼 논란은 커질 조짐이다.

■전자책 대여기간·중고책 거래 등 제한

23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판사 단체들과 온·오프라인 서점, 전자책 유통사, 소비자 단체 등 출판·유통업계가 지난 3월 합의한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 시행세칙이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새 협약에는 전자책 대여 기간 제한이 포함됐다. 그동안 전자책은 최장 50년까지 대여할 수 있어 출판계에서는 사실상 도서정가제를 피해 가는 편법할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새 협약은 작가의 저작을 보호하고 건전한 전자책 시장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전자책 대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규정했다. 협약에는 또 도서정가제 취지를 준수하기 위해 제휴카드를 통한 할인 등 3자 제공 할인 역시 판매가의 15% 이내로 제한했다.

신간 발행 후 6개월이 지나야 중고도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협약에 명시됐다. 이미 중고서점들은 출판계 권고에 따라 자율적으로 출간 6개월 이내 책은 유통하지 않았지만 이번 협약 시행세칙에 그 내용을 명문화했다. 또 경품이나 사은품으로 책을 제공할 수 없으며 독자가 온라인 서점 가입 기념으로 받는 할인 쿠폰도 1000원어치만 허용된다.

도서정가제가 한층 더 강화된 형태로 운영되자 소비자들은 뿔이 났다. 책값이 비싸지면서 읽고 싶은 책도 사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보문고 납품도서 기준 신간 단행본 평균 정가는 지난해 기준 2만646원을 기록하며 책값이 처음 2만원대로 올라섰다.

도서정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서점 수는 매년 줄고 있다.

■"누굴 위한 제도인가" vs "책값 안 오른 편"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도서만 판매하는 순수서점은 2013년 1600여곳에서 2017년 1500여곳으로 감소했다. 출판사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7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16년 출판사 매출 규모와 초판 평균 발행부수가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따라서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이번 협약이 도서정가제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며 국내 책값이 결코 비싼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종복 서점조합연합회 유통대책위원장은 "이번 협약은 도서정가제 강화보다는 그동안 제도를 시행해오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출판시장이 도서정가제 때문에 침체됐다기보다는 시장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던 청소년 인구의 감소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상 대한출판문화협회 유통담당 상무이사는 "우리나라 책값은 다른 나라보다 싼 편이고 인건비, 종이값 인상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가격이 상당히 억눌려 있는 상태"라며 "전 세계적으로 종이책시장이 하향세인 가운데 도서정가제가 없었다면 국내 출판시장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업체들이 자율협약이라는 이름 하에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중고책 거래 및 전자책 대여기간 제한 등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부분이어서 개선을 요청한 상태"라고 하면서도 "도서정가제를 기반으로 독립서점 등이 활성화됐고 최근 제도 시행을 3년 연장할 때도 소비자단체의 의견도 수렴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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