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철강 보복관세 앞두고 둘로 쪼개진 EU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3 17:24

수정 2018.05.23 17:24

獨·佛 무역분쟁 엇갈린 해법..美철강관세 유예 이달말 종료
獨 "관세폭탄 분야 확대 우려" 佛 "美 협박 먼저 굴복 안돼" 회원국 경제 상황따라 온도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9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보복관세를 앞두고 21일 열린 유럽연합(EU) 통상장관 회의에선 독일과 프랑스가 다른 입장을 보이며 충돌했다. 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9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보복관세를 앞두고 21일 열린 유럽연합(EU) 통상장관 회의에선 독일과 프랑스가 다른 입장을 보이며 충돌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보복관세를 앞두고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내분 양상을 빚고 있다.

'잃을게 많은 독일'은 실리를 택해 협상하자는 온건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협박 앞에서는 굴복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태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과 무역협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만을 나타내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사실상 도루묵이 된 가운데 유럽과 미국간 갈등도 깊어질 전망이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열린 EU 통상장관 회의에서는 독일의 온건론과 프랑스의 강경론이 맞붙었다. EU 회원국간 대응방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미·EU 무역 갈등 역시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EU가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양보론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무역전쟁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자동차, 섬유, 식료품 등 다른 범주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유럽의 경기회복은 매우 민감해서 이를 약화시키지 않고 강화시켜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건설적인 해결'방안을 찾자고 촉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을 수출에 기대고 있는 독일은 올들어 세계 교역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1·4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4분기의 절반 수준인 0.3%로 떨어진 바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될수록 독일 경제는 다른 EU 회원국들에 비해 훨씬 더 큰 충격에 노출되는 구조다.

반면 장이브 르드리안 프랑스 외교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EU가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프랑스의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먼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EU, 일본 등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다음달 1일까지 유예해줬지만 이후 어떤 대응이 나올지는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관세 철폐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EU가 무역장벽을 낮추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알트마이어는 유럽과 미국의 "협력과 우정은 오랜 전통"이라면서 이를 지속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측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잃을 것이 너무 많다"고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상황은 알트마이어의 희망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 행정부와 접촉은 계속하겠지만 "미국에서 (관세)유예가 더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U 외교당국 관계자들도 영구 관세면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에게 EU가 대미 철강수출 물량을 10% 줄이거나 아니면 미국이 쿼터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EU는 자발적인 수출물량 감축 제안을 일축했다. 또 쿼터가 매겨지면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규정 위반으로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말름스트룀은 다음달 1일 관세유예가 끝나면 미국이 관세뿐만 아니라 다른 수단들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쿼터가 가장 유력하다. 한국은 미국과 철강수출을 줄이기로 합의한 뒤 관세를 면제받았다.


다만 미국이 쿼터 등으로 EU의 수출을 규제하면 EU가 보복관세 말고 어떤 대응방안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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