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혼돈의 부동산 시장] "강남도 2∼3억 내려야 팔린다"..혼돈의 부동산 시장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3 17:34

수정 2018.05.23 20:55

긴급진단 혼돈의 부동산 시장
규제 여파로 시장 침체..중개업소들 "매수심리 위축"
수천만원 내린 급매에도 사려는 사람 없어 거래 실종
아파트시장이 침체의 터널에 진입했다. 강남 중개업소에서는 적어도 지금 매도호가보다 2억~3억원은 내려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위기다. 매도자와 매수대기자 모두 급할 것이 없다며 치열한 신경전에 들어갔지만 시장은 집주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인 기다리는 매물만… 지난 한 해 4억~5억원씩 올랐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시장이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호가에서 2억~3억원은 낮춰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규제 여파로 강남 아파트 시장은 버티기에 나선 집주인과 급할 것 없는 매수대기자 간의 힘겨루기에서 이달 들어 매수대기자에게 힘의 무게가 쏠리는 양상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진=김범석 기자
주인 기다리는 매물만… 지난 한 해 4억~5억원씩 올랐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시장이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호가에서 2억~3억원은 낮춰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규제 여파로 강남 아파트 시장은 버티기에 나선 집주인과 급할 것 없는 매수대기자 간의 힘겨루기에서 이달 들어 매수대기자에게 힘의 무게가 쏠리는 양상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진=김범석 기자


"1년새 4억~5억원이 올랐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5000만원 내려서 내놨다고 거래가 되겠습니까."(송파구 W공인 대표)

"매수·매도자 간 희망가격에 어느 정도 접점이 있어야 거래가 되는데 지금은 그런 여건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강남구 C공인 대표)

23일 강남4구의 중개업소들은 "아파트 시장에 팔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거래절벽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달 이후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데다 재건축부담금 예정액까지 공개되며 매수심리가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아직까지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지만 곧 무게중심축이 매수자 시장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초구 S공인 대표는 "물건이 나와도 매수세가 붙지 않으니 일단은 약보합인 상황"이라며 "다만 매도자들도 한달 전에 15억원에 팔던 아파트를 지금에 와서 14억원에 내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5000만원, 1억원씩 오르던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가격을 떨어트려 파는 시장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송파구 W공인 대표는 "매도자들은 가격이 좋았던 올해 설 이전을 생각하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13억원까지 갔던 호가가 11억8000만원까지 내려왔지만 살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지난 한해 동안 4억~5억원 올랐는데 실제로 거래가 되려면 2억~3억원은 낮아져야 한다"면서 "몇천만원 낮춰서 내놓는 것으로는 매수세가 붙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송파구는 매매거래 절벽과 전세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전세가격 역시 지금보다 대폭 낮춰야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라는 게 중개업소 반응이다.

전반적으로 강남4구 아파트 가격이 약보합인 것은 분명하지만 버티기도 만만찮다. 특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하락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강남구 C공인 대표는 "매도호가는 그대로인데 매수호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면서 "서로 간에 희망가격이 있고 이것이 맞아야 거래가 이뤄지는데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강남은 버티면 이기고 굴복하면 진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 "매도자 측이 버티는 모습"이라고 했다.

강동구도 호가를 미세조정하는 수준이다.
워낙 관망세가 짙어 가격을 조금 낮춰보는 정도라는 게 중개업소가 전하는 시장 분위기다. 이 지역 J공인 대표는 "거래가 잘 안되니 2000만~3000만원 정도 내린 물건은 있다"면서 "다만 몇억원씩 떨어져서 내리는 것은 미래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갈수록 금융환경 여건이 더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자금 조건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