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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위기에 무역충돌·高유가… 글로벌 경기침체 가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4 17:32

수정 2018.05.24 21:11

1분기 경기선행지표 내리막..유로존·日·獨 경기전망 어둡고 달러상승세로 신흥국도 흔들
하반기 경기둔화세 지속 전망
지정학적 위기에 무역충돌·高유가… 글로벌 경기침체 가중

세계 경제 둔화세 예상에 계속해서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역전쟁,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유가가 뛰는 가운데 경기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1·4분기 둔화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던 일반적 관측이 무색해지게 됐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마킷의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일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또 다시 하락했고, 독일 기업들의 경기전망은 약 2년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유로존 PMI는 54.1로 1년 반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 예상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 독일 기업들의 경기전망은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밀려났다.

미국 이외 지역의 1·4분기 둔화세는 경기둔화의 시작이 아닌 일시적인 출렁거림일 뿐일 것이라던 일반적 관측에 또 한 번 금이 가게 됐다.

경제 흐름은 지난해와는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내내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경기지표에 자신들의 관측을 상향조정하기에 바빴지만 올들어서는 예상보다 좋지 않은 잇단 지표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PMI 지수는 절대치로 보면 걱정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봉합될 것이라던 기대가 다시 우려로 바뀌고 있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먹구름, 미국과 유럽간 무역갈등과 긴장, 유로존 3위 경제국 이탈리아에 들어선 포퓰리스트 연정,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등 정치적,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이같은 하강 추세와 맞물리면 시장과 경제의 흐름을 충분히 악화시킬 수 있다.

이미 주식시장은 1월말 급락세를 겪으면서 지난해와 같은 지속적인 상승 기대감을 접은 상태다.

더 큰 파장을 미치는 것은 달러 강세다. 지난해 약세에서 올들어 상승세로 반전된 달러는 IEC 달러지수가 2% 가까이 오르면서 신흥시장 통화, 주식, 채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날개 달린 듯 상승세를 탔던 신흥시장 자산들은 올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신흥시장 자국 통화표시 채권 지수는 2·4분기 들어 달러기준으로 5.7% 하락했다.

충격이 가장 큰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고, 터키는 리라화 폭락 속에 터키도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리라가 모처럼 상승했지만 향후 리라가 하락을 멈출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은 그동안의 혼란에도 꿋꿋했던 이탈리아 시장을 결국 하락세로 돌려세웠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지수에 따르면 이달들어 2.8% 상승세로 출발했던 이탈리아 국채는 지금 1% 가까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딴 판이 됐다. 유가 상승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전세계 동반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확대라는 시각으로 봤지만 이제는 비용 상승으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과도하게 부채질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대세가 됐다.


WSJ은 무역전쟁 우려, 지정학적 긴장 고조, 생산 증가세 둔화 등이 겹치는 가운데 달러 상승세에 더 탄력이 붙으면 세계 금융 여건이 빠듯해져 신흥시장에 더 큰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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