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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가격은 오르는데 상품가격은 제자리…연준, 어느 장단에 맞추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7 15:32

수정 2018.05.27 15:32

美 서비스와 상품 인플레이션의 분리된 흐름
연준 통화정책에 도전 제기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준 목표 초과 
상품 인플레이션은 아직 목표 미달...그러나 상승 요인 존재
연준의 인플레 목표 초과 허용 입장 … 이 같은 딜레마 반영 가능성
서비스 가격은 오르는데 상품가격은 제자리…연준, 어느 장단에 맞추나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서비스 가격은 뛰는데 상품 가격은 제자리. 분리된 흐름을 보이는 상품 인플레이션과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수립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 목표치(2%)를 훌쩍 넘어선 서비스부문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금리 인상 가속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 성장을 제약할 위험을 지닌다. 반면 아직 연준 목표에 미달한 상품 인플레이션을 의식한 통화정책은 상품 가격 반등시 인플레이션 과열을 초래할 위험이 따른다.

연준이 지난주 공개한 통화정책회의록에서 인플레이션의 일시적 목표 초과 허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같은 딜레마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 5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인플레이션이 잠시 2%를 약간 넘어서는 것은 위원회의 대칭적 인플레이션 목표에 부합되며 보다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그 목표와 일치하는 수준에 고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약 0.5%에서 거의 3%로 크게 반등했다.
이는 실업률 하락이 인건비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가 늘고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한다는 전통적 경제 이론에 부합된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달 18년 최저인 3.9%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상품 가격은 마치 실업률 하락 흐름에서 단절된 것처럼 지난 5년간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상품 가격 약세 때문에 전체 소비자물가도 고집스러울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월 1.6%에서 3월 1.9%로 상승, 이제야 연준의 2% 목표에 근접했다.

WSJ은 상품과 서비스 물가의 분리된 흐름을 상품 경제와 서비스 경제의 구조적 차이 때문으로 설명한다. 컴퓨터, 휘발유, 헤어 드라이어 등 물건을 생산·판매하는 상품 경제는 지난 수십년간 무역과 기술 혁신을 통해 크게 변화됐다. 소비자들은 외국에서 수입되거나 공장 자동화로 생산된 값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서비스 경제는 상품 경제와 비교해 국제 경쟁 및 기술 혁신으로부터 더 많은 보호를 받았다. 미국의 피자집 주인들은 피자를 배달해줄 인건비가 싼 중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없다. 학부모들도 아직은 자녀에게 언어를 가르쳐줄 로봇을 구하기 어렵다. 국제화와 자동화 시대에도 서비스부문의 인건비 하락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는 전통적 관계는 서비스 경제에선 입증됐지만 상품경제에선 성립되지 않았다. 서비스경제와 상품경제는 경기 회복국면 고용 창출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서비스 부문 고용은 2010년 이후 14% 증가, 1억2800만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상품 부문 고용은 아직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JP모간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WSJ에 "기술 혁신으로 TV가격은 낮아졌지만 기술 혁신이 이뤄졌어도 미용실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상품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잠재적 요인들은 도처에 존재한다.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수입상품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미국의 이란 제재는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달러가 하락해도 미국의 수입 물가는 상승한다. 최근 유가 상승 등 요인들이 물가에 본격 반영돼 상품 인플레이션이 강화되면 전체 인플레이션도 조만간 연준 목표치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디쉬 멜론 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빈센트 라인하트는 “상품 가격의 상승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지금은 사실 인플레이션 과열을 걱정해야 한다.
조정 비용이 많이 드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준의 목표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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