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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스페인 정정불안이 유로존 경제 흔든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7 17:35

수정 2018.05.27 17:35

이탈리아 신임 재무장관 지명 보류 투자자들 국채 투매하고 금융주 최대 7.5% 폭락
스페인 총리 불신임안 표결 위기 마드리드 증시 폭락 국채 수익률도 최대 낙폭
이탈리아·스페인 정정불안이 유로존 경제 흔든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3위, 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정불안이 유럽 시장을 엄습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어 상황이 악화하면 유로존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치 상황이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탈리아 연정은 당초 이날 내각명단을 대통령에게 제출하고, 주말에 취임선서를 할 계획이었지만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재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이같은 계획이 무산됐다.

스페인에서는 전날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집권 대중당 정치인들과 당과 연관이 있는 기업인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 제1야당인 사회당이 총리 불신임안 표결을 요구하면서 정권 붕괴와 조기총선 가능성이 급속히 부상했다.

■ 국채 伊·스페인 팔고, 獨·美로 쏠려

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자산을 투매하면서 이탈리아 2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과 격차가 1.30%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날 수익률 격차인 스프레드 증가폭은 유로존 채무위기 끝자락이던 2013년 후반 이후 최대에 이르렀다. 막대한 부실채권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은행, 금융주들이 다시 폭락해 방코BPM이 7.5% 폭락했고, 인테사상파올로 은행은 4%, 유니크레디트, UBI방카, 메이오방카 등은 3.5% 안팍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스페인 금융시장도 안좋기는 마찬가지여서 마드리드 증시의 IBEX 지수 낙폭이 장중 2.7%까지 벌어지기도 했고,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안전자산 수요는 높아져 10년만기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은 0.468%에서 0.387%로 하락해 지난해 후반 이후 최저수준으로 낮아졌고, 미국채 수익률 역시 하락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운용사 블루베이자산운용의 선진국 시장 공동 책임자인 마크 다우딩은 FT에 "투자자들의 신뢰가 줄어들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국가들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가 간단하게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가운데서도 부채규모가 막대한 터키와 아르헨티나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정치혼란 伊, 내각붕괴 위기 스페인

정치신인이자 법학과 교수인 쥬세페 콘테가 우여곡절 끝에 21일 마타렐라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며 조각을 시작한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동맹 연정의 작업은 재무장관 지명자 문제로 중단됐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당수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당수가 올해 81세의 1급 유로회의론자인 파올로 사보나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이 마타렐라 대통령의 우려를 불렀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유로회의론자인 사보나가 재무장관이 되면 유럽연합(EU)과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신뢰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임명을 보류했다. 대통령의 우려가 전달된 뒤 콘테 총리 지명자는 조각 명단을 제출하는 대신 대통령과 비공식 면담을 했다.

스페인에서는 내각이 붕괴 위기에 몰렸다. 사회당이 의회 소수당인 라호이의 대중당이 꾸린 내각에 대한 불신임 표결을 요구하면서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페인은 2012년 EU 구제금융을 졸업했고, 재정적자도 급속히 감축한데다 최근 수년 동안 국가 채무도 크게 줄어든터라 이전보다 훨씬 덜 취약해졌지만 정정불안이 시장에 먹구름을 몰고오게 됐다.

특히 유로존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희석돼 스페인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조기총선 가능성이 시장을 혼란으로 몰고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伊국채 경매가 분수령

이탈리아와 스페인 모두 정정불안을 겪고 있지만 시장은 주로 이탈리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새 연정이 국내총생산(GDP) 132%로 그리스를 제외하면 유로존 최대 채무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각 출범까지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이탈리아가 훨씬 더 높은데다 위기가 현실화하면 그리스 채무위기 수준이 아닌 유로존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폭발력을 이탈리아가 갖고 있다.

이탈리아 정정은 불확실성을 계속 높이고 있다.


유니크레디트의 고정수익전략 부책임자인 루카 카줄라니는 "이탈리아의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당분간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이후 이탈리아의 혼란은 여러번 있었지만 이번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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