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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돈에 빠진 伊… 총리 지명자 나흘만에 사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8 16:58

수정 2018.05.29 10:25

反유로존 장관 기용 대통령과 갈등
연정 출범 무산…조기총선 가능성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가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수 출신으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연정의 중립적인 총리 후보로 뽑혔던 그는 전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새 정부의 정부 구성안에 반대하자 이날 정부 구성권을 포기하고 나흘만에 총리 후보에서 사퇴했다. AP연합뉴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가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수 출신으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연정의 중립적인 총리 후보로 뽑혔던 그는 전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새 정부의 정부 구성안에 반대하자 이날 정부 구성권을 포기하고 나흘만에 총리 후보에서 사퇴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가 헌정위기에 내몰렸다. 포퓰리스트 연정이 지명한 재무장관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총선 석달이 가까워서야 가까스로 출범을 앞뒀던 연정도 무산됐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출신에게 조각을 지시할 예정이지만 의회를 장악한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으로 헌정위기가 유로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2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연정에 요구한 재무장관 후보자 교체를 연정이 받아들이지 않아 연정 출범이 무산됐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지명한 재무장관 후보자는 올해 81세 의산업부 장관을 지낸 파올로 사보나로 강경 유로반대론자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독일은 나치시대 이래로 유럽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바꾼적이 없다면서 이탈리아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결국 유로 탈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2조유로 규모의 국가부채로 세계 3위 채무국인 이탈리아가 경제.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에 사보나 같은 강경론자를 앉히면 심각한 난국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우려해 그의 인준을 거부했다.

이탈리아 경제는 막대한 채무 외에도 은행권이 안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 주요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경제규모가 쪼그라들 정도의 성장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반유로 성향의 연정 출범이 예고된 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폭등해 이탈리아는 그만큼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났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유로회의론자, 또는 궁극적인 유로 탈퇴론자가 아닌 인물로 재무장관 지명자를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오성운동과 동맹은 요구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헌정사상 대통령의 교체요구가 거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월 4일 총선에서 50%를 득표한 오성운동과 동맹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연정출범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대신 28일 IMF 출신의 카를로 코타렐리에게 조각을 지시할예정이다. 코타렐리가 내각을 꾸리면 선거법 개정을 포함해 일련의 대대적인 개혁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새 내각은 출범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의회를 장악한 5성운동과 동맹이 거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대통령 탄핵과 새 총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당수는 이날 밤 "내각 출범 준비를 마쳤지만 '노'라는 답을 들었다"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그는 국가반역 혐의로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당수는 총선이 다시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반유로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살비니는 "베를린이 좋아하지 않는 장관을 뽑았다면 이는 제대로 된 장관을 뽑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인들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선이 새로 치러지면 오성운동과 동맹이 지금보다 의석 수를 더 늘릴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이탈리아의 반유로 성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총선에서 18% 득표율을 기록한 동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3%로 올랐고, 32% 득표율로 제1당으로 올라선 오성운동 역시 지지율이 3월 총선 당시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득권층의 반발로 연정 출범이 무산됐다고 유권자들이 판단하게 되면 이들 두 정당의 득표율은 최근 여론조사 때보다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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