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사우디와 원유증산 손잡은 러, 美 제치고 '중동 맹주'로 부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8 16:59

수정 2018.05.28 16:59

이르면 내달 산유국과 증산 결의
향후 OPEC과 협력 가시화 예고
시리아 사태·이란핵협정 탈퇴로
美, 중동지역 영향력 갈수록 줄어
지난해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에서 열린 OPEC 총회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과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오른쪽).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에서 열린 OPEC 총회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과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오른쪽). EPA연합뉴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합의했다. 그 여파로 유가는 3~4% 급락했다. 그러나 지금의 하루 180만배럴 감산을 얼마나 줄일지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달라 실현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부에서도 그동안 증산 필요성을 주장하는 회원국들이 제법 있었던 터라 다음달 OPEC과 러시아 등 석유장관들이 만나는 각료회의에서 증산이 결의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증산 합의를 통해 러시아는 미국의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산합의...유가 급락

26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데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전날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증산을 합의했다.


양국 관리들은 OPEC 종주국 역할을 하는 사우디의 알 팔리 석유장관이 전날 열린 국제경제포럼(IEF)에 참석한 뒤 이날 노바크 장관을 만나 증산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20~21일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에서 열리는 OPEC 14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 OPEC 감산참여국 석유장관 회의에서 증산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사우디간 증산 합의 소식으로 유가는 급락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당일 런던시장(ICE)에서 7월 인도분이 배럴당 2.35달러(2.98%) 급락한 76.44달러로 떨어졌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월물이 2.83달러(4.0%) 폭락한 67.88달러로 마감했다.

■커지는 러시아 영향력

WSJ은 러시아가 감산 뿐만 아니라 증산에도 참여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국제유가 움직임에서 러시아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OPEC과 러시아간 협력을 일시적인 것이 아닌 제도적인 것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도 나오고 있다.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이날 OPEC이 러시아와 합의를 '제도화'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러시아의 참여와 협력이 얼마나 공고하게 이뤄질지, 새 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포함하게 될지 세부안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증산 대화에도 참여함으로써 러시아는 앞으로도 유가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 사우디와 함께 주도적으로 OPEC의 감산이나 증산을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 석유수요의 3분의1을 담당하지만 미 셰일석유 증산으로 자체 노력만으로는 감산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OPEC이 일시적으로 러시아의 도움을 요청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러시아와 OPEC의 협력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OPEC내 줄어든 美 입지

러시아와 사우디가 증산에 합의한 것은 최근 유가 상승을 우려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란 핵협정 탈퇴와 경제제재 재개로 유가가 앞으로 급등할 경우 안전판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사우디를 매개로 한 OPEC, 나아가 중동지역 영향력 축소를 불가피하게 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맹방 사우디를 통해 OPEC과 중동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왜소했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사우디와 감산, 증산 논의 과정에서 OPEC과 중동지역의 발언권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에너지.안보 프로그램의 프랭크 베라스트로는 "러시아는 미국의 위세에 눌려 중동지역에서 퇴짜를 맞다시피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시리아와 이란, OPEC 회의 덕에 중동 곳곳에 존재감을 과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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