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불신임안이 통과되더라도 주요 야당이 모두 유럽연합(EU)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어 당장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으로 불똥이 튀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만약 라호이 정부가 살아남으면 의회 소수당 정부의 권한이 더욱 위축돼 조기총선을 촉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인 의회 의장은 이날 의회가 이달말 심의를 거쳐 다음달 1일 라호이 정부 불신임안을 표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4일 스페인 법원이 집권 대중당이 기업인들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판결하고 대중당 간부에 실형을 선고한 뒤 제1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불신임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부정에 대한 분개에서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각 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라호이 불신임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스페인 금융시장도 25일 일단 급락세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
마드리드증시의 IBEX 35 지수는 이날 0.6%로 낙폭을 좁혔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정정불안이 스페인에 영향을 미친 것이 지난주말의 과도한 반응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스페인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장됐다는 것이다.
마드리드 투자은행 아르카노그룹의 이그나치오 데라 토레 수석 이코노미스트든 "스페인 경제는 실업률 하락, 임금 회복, 소비 개선, 부동산 부문 개선의 선순환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라호이 정부가 실각하더라도 "경제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을 다독여줄 수 있는 다른 차이점은 야당에 있다. 5성운동, 동맹 등 반유럽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이탈리아와 달리 스페인은 라호이 현 정부는 물론이고 불신임안을 제출한 사회당을 비롯한 주요 야당들이 강력한 EU 지지자들이라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탈리아처럼 '유로탈퇴' 'EU 재정협약 완화' 같은 악재는 없을 것임을 뜻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스페인 시장은 투자자들의 급격한 심리위축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라호이 총리가 살아남으면 조기총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라호이 정부는 소수당 정부로 2011년 집권 이후 경기회복을 이끌어왔지만 불신임 표결에 부쳐졌다는 점으로 앞으로 정치적인 동력을 크게 잃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총선은 2020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정권 기반 약화로 인해 이보다 이른 시기에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고 WSJ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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