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불안 떠는 여성 1인 가구 "혼자 사는 게 죄인가요"

"늦은 밤 골목길, 누군가 뒤에 있기만 해도.."
여성 1인 가구 증가로 실효성 높은 치안 대책 절실

여성 청년 1인 가구가 남성보다 범죄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약 2배,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11배가량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 강서구에서 홀로 생활하는 직장인 A씨(30)는 최근 겪은 일을 떠올리면 한숨부터 내쉰다. 밤늦게 귀가하던 중 한 남성이 따라오는 걸 느낀 것. 일부러 다른 길로 방향을 튼 뒤, 그가 인근 주택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A씨는 “늦은 밤 골목길에서 마주친 사람들 때문에 불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도움 청할 사람이 없는 여성으로선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여성 1인 가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범죄에 대한 이들의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연이어 보도되면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치안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여성 1인 가구 증가따라 범죄 피해↑ 치안불안 확산
정부가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27만9437가구였던 여성 1인 가구는 2005년 175만2782가구, 2010년 221만7824가구, 2015년 261만477가구로 15년 새 112% 증가했다.

특히 2030 세대에 속한 여성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37만4598가구에서 74만5353가구로 늘어났다. 이 세대는 전체 세대 비율에서 꾸준히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개인 범죄 피해율도 가장 높다.

자료= 인구총조사

지난해 울산대 경찰학과 강지현 교수가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 가운데 개인 범죄 피해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33세 미만의 청년 1인 가구(8.4%)였다. 신체 범죄 피해 역시 34~65세의 성인 가구보다 발생빈도가 높았다.

홀로 사는 젊은 세대가 증가한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직장과 교육 문제를 꼽는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서울 1인 가구 여성의 삶 연구’에서 청년 여성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관악구(35.6%)와 강남구(27.1%)였다. 모두 고시원·학원가 그리고 사업체가 밀집한 지역이다. 또 여성들이 주거지를 선택하는 데 치안보다 거리에 중점을 둔다. 해당 연구에서 '직장 또는 학교와의 거리로 인해 현 주거지를 선택했다'고 답한 청년 여성은 절반에 가까운 47.6%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치안에 대한 이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서울시 청년 여성 1인 가구 중 약 90%가량이 남성 1인 가구에 비해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했고, 45.3%가 CCTV, 출입구 보안시설, 방범창 등 안전시설이 미비한 점을 불안 원인으로 꼽았다.

강 교수의 연구에서도 여성 청년 1인 가구가 남성보다 범죄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약 2배,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11배가량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9월 네이트 판에 한 여성이 "어떤 남성이 자신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한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여성은 "신변의 위협을 느낄 만큼 너무 무섭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여성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데 한몫한다.

지난해 9월 한 여성이 누군가 창문을 통해 자신의 방을 들여다보고 안쪽 창문을 열려했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많은 누리꾼들이 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해당 남성은 “예뻐서 안을 들여다봤다”고 진술한 걸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지난 14일 성북구에서도 여성 전용 원룸을 상습적으로 침입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관악구에서 자취 중인 여대생 B씨는 “남성이 불법으로 여성 주거지에 침입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장 먼저 내 집이 떠올라 불안해진다”며 “남성보다 완력이 부족하고 혼자 산다는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여성안심귀갓길, 무인택배함 등 대책 속속 등장, 예방책 마련돼야
여성가족재단 장진희 연구위원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접하면서 이런 불안감이 더 커지는 걸로 나타났다”면서도 “그럼에도 혼자 사는 여성을 보호할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신변에 위협되는 사건이 발생해도 보복 등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하고 피해를 보거나 집주인과의 마찰이 있어도 여성이란 이유로 참고 피해를 보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범법 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일례로 서울시는 2014년부터 여성 대상 범죄 취약지에 위치한 편의점 1000여개 소를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위협을 느낀 여성이 대피해왔을 때 매장 직원이 핫라인으로 연결된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인1조로 이뤄진 스카우트가 여성을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집 앞까지 동행하는 여성안심 귀가스카우트나 인근 무인택배보관함을 통해 택배물품을 수령하는 여성안심택배 등도 시행 중이다.

경찰 역시 특정 지역을 ‘여성안심 귀갓길’로 지정해 CCTV, 비상벨을 설치하거나 순찰을 강화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 역시 범죄 예방에 있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아직 미진한 게 사실”이라며 “단순히 여성들에게 ‘문단속을 잘 하라’라고만 말하는 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일 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법률이 미진하다면 입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더 촘촘한 예방책 역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