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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유로존]伊 정국 혼란에 금융시장 와르르… EU의 '시한폭탄' 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9 17:14

수정 2018.05.29 17:14

가을께 선거 치르기로 대통령이 내세운 내각 거부, 포퓰리즘 정당서 총선 요구..사실상 유로탈퇴 묻는 투표
유럽증시 일제히 급락..유로 가치, 반년만에 최저..伊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 유로존 전체에 타격 불가피
[혼돈의 유로존]伊 정국 혼란에 금융시장 와르르… EU의 '시한폭탄' 되나

[혼돈의 유로존]伊 정국 혼란에 금융시장 와르르… EU의 '시한폭탄' 되나


이탈리아 정정불안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대통령이 조각을 지시한 임시정부가 의회의 신임투표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결국 이탈리아는 올여름이나 가을께 또다시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다시 치러지면 3월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차지한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의석수가 더 늘고, 총선이 유로탈퇴 국민투표 성격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규모가 미미한 그리스와 달리 위기에 빠질 경우 유로존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 국장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를 총리로 지명하고 내각 구성을 지시하면서 정국이 안갯속에 빠져들고, 유로존은 충격에 맞닥뜨리게 됐다.

의회를 장악한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이 자신들의 연정을 거부하고 새 내각을 꾸리기로 한 대통령에 맞서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새 내각이 출범하더라도 안정을 찾기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유럽 시장 급락

이탈리아와 유럽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유로가치는 유로당 1.17달러에서 1.16달러로 하락해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채 기준물인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는 수익률이 2.36%에서 2.68%로 뛰었고, 독일 국채(분트) 10년물과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2013년 후반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 수준인 2.3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또 2년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0.50%포인트(50bp) 상승한 0.981%로 유로존 채무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중반 이후 최대 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투자자가 채권을 팔면 수익률은 상승한다.

주식시장에서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장중 낙폭이 2.3%까지 이른 끝에 지난 주말보다 2.1% 하락한 수준으로 장을 마쳤다.

유럽 증시 역시 하락세를 기록해 유럽 시황을 반영하는 스톡스유럽 600 지수가 0.3% 하락 마감했다. 이 지수는 장중 낙폭이 0.7%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주들은 폭락세를 기록했다. 방코BPM은 스톡스유럽 600 지수 편입종목 가운데 이날 가장 큰 낙폭을 보여 장중 6.3%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BPM을 포함해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 BPER, 유니온 디 방키 이탈리아네, 피네코방크 인테사 상파올로, 방키 제네랄리 등은 장중 지나친 낙폭으로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새 총선은 '유로탈퇴' 투표

전문가들은 코타렐리 내각이 들어서도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어서 이르면 올여름이나 가을께 이탈리아에서 총선이 다시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새 총선은 유로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이고, 3월 4일 총선 이후 오성운동과 동맹의 지지율 상승을 감안할 때 반유로 성향인 이들 포퓰리스트 정당 의석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유로의 존립기반을 뒤흔드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외환전략가인 키트 주크스는 "새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새 선거는 사실상 유로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으로 변질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테네오 인텔리전스 공동창업자인 울팡고 피콜리는 "차기 총선은 강한 반유로, 유로 회의론자들이 득세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면서 "동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는 이미 다음 총선이 유로존, 베를린, 시장, 스프레드가 덧씌운 '노예체제'로부터 이탈리아를 해방시키는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투자전략가인 앤카틴 피터슨은 "새 총선이 이탈리아의 미래 안정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포르투갈, 스페인 역시 이탈리아 변동성으로 더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시작에 불과

이탈리아의 혼란과 금융시장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들이 많다. 이탈리아의 유로탈퇴, 유럽연합(EU) 재정기준 무효화 가능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130%로 일본, 그리스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인 이탈리아 공공부채의 상환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유로존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연말께 국채매입(양적완화(QE))을 끝낼 예정이어서 대규모 매수세가 실종된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상승세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 25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미 '정크본드'에서 가까스로 2단계 높은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예고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채무부담이 그만큼 가중되고, 재정조달 역시 어려워진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로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조금 웃도는 그리스와 달리 15%를 차지하는 데다 유로존 전체 부채의 23%를 안고 있어 자칫 유로존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시한폭탄이 될 우려가 높아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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