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신뢰 잃은 중앙銀, 터키·아르헨 위기 불렀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9 17:21

수정 2018.05.29 17:29

터키와 아르헨티나가 다른 신흥시장들에 비해 달러 강세,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훼손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인해 중앙은행의 헛발질이나 정치불안 같은 새로운 돌발악재가 나오지 않는한 위기가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간섭 의지를 드러낸 뒤 리라화 급락세가 가중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민들이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 받은 대통령이 정책결정에 간섭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리라 투매를 불렀다.

에르도안의 금리인상 반대에 부닥쳐 리라 급락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리지 못하던 터키 중앙은행이 23일 긴급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리라는 이날 반짝 상승했지만 그후 다시 달러 대비 하락행진을 재개했다.

다음달 조기 대선과 총선을 통해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중앙은행이 대통령에게 휘둘릴 것이란 우려가 리라 매도세를 다시 촉발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외부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제도 개선안을 이날 공개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아르헨티나는 아예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하고 협의에 나선 상태다.

반면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은 터키, 아르헨티나와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전망에 따른 긴축발작으로 한 번 된서리를 맞은 뒤 신흥시장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 취약점들을 상당분 메웠고, 덕분에 이들의 펀더멘털을 탄탄하다고 WSJ은 평가했다.

또 경상수지 적자는 좁혀지고 있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잘 관리되고 있으며, 정책담당자들은 세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위험성을 잘 인식하고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신흥시장이 지금 맞닥뜨린 어려움은 신흥시장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 달러 가치와 미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것으로 터키, 아르헨티나와는 거리가 있다. 세계 경제가 지난해의 동반 성장을 뒤로하고 미국을 제외하고는 올들어 둔화세를 겪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좀 더 악화됐을 뿐이라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중앙은행이 굳건히 버티느냐 여부는 뚜렷한 차이를 내고 있다. 터키 리라, 아르헨티나 페소가 지난 한 달간 10% 넘게 급락한데 비해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는 유로 낙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원인이 달러강세에 있을 뿐 멕시코나 브라질 경제의 문제가 배경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또 러시아 루블은 되레 달러에 대해 1% 올랐다.
WSJ은 다른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정책 오류를 범하거나 정정불안이 빚어지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터키, 아르헨티나 사태를 보고 신흥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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