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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금융시장 혼란, 대서양 건너 美 상륙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6:05

수정 2018.05.30 16:05

(뉴욕 AP=연합뉴스)
(뉴욕 AP=연합뉴스)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이탈리아의 정국 불안에서 촉발된 유럽 금융시장의 혼란이 29일(현지시간)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상륙했다.

미국 증시는 급락했고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가파르게 떨어졌고 유로는 1.16달러 아래로 밀리며 달러 대비 작년 7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이탈리아발 또 한차례 글로벌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성장이 둔화될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궤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얼데이(현충일) 연휴를 끝내고 다시 개장한 뉴욕 증시는 이날 금융업종을 필두로 큰 폭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1.58% 하락, 2만4361.45에 마감됐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500지수는 1.16% 내렸고 나스닥지수는 0.50% 후퇴했다. 미국 증시는 지난주에는 주간 기준 상승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뉴욕 증시에서도 골드만 삭스, JP모간, 씨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모간 스탠리 등 금융주들이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으로 성장세가 약화돼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은행업종을 압박했다. KBW은행지수는 이날 3.93% 급락했다.

금융시장 혼란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몰렸다. CNBC에 따르면 얼마 전 3.12%까지 올랐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2.76%의 저점을 기록했다. 최근 2.60%까지 전전했던 국채 2년물 수익률도 장중 한때 2.31%까지 떨어졌다.

CNBC방송은 외국 채권 가격 하락이 채권 보유자들의 부수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은행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등 주요국 국채의 폭넓은 강세와 금리 약세 예상 역시 금융업 전망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스타이펠 니콜라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지 피에자는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로존 여러 나라에 걸쳐 나타난 최근의 정치적 혼란이 이 지역에서의 분명한 경제적 모멘텀 상실과 맞물려 유로존의 경기 회복 지속성과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뉴욕에 앞서 마감된 유럽 증시의 스톡스유럽600지수는 1.37% 하락했다. 유럽 주요 국가 중 이탈리아 증시의 FTSE MIB지수가 2.65% 내려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딧은 5.6% 떨어졌고 스페인의 산탄데르는 5.4% 급락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4.5%,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4.0% 하락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정치적 위험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탈리아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통해 확실히 표출됐다.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이날 2.69%까지 급등, 전일 마감 대비 1.8%포인트 급등했다. 2년물 수익률의 하루 상승폭은 1996년 로이터의 수익률 기록 작업이 시작된 이후 가장 컸다.

알리안즈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채권 담당 수석 투자 오피서 모로 비로란겔리는 FT에 이날 시장 움직임을 “굴복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치적 위험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변동성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정치 상황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이날 글로벌 정치가 “또 한번의 대규모 금융위기”를 조성할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갈수록 깊어가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럽의 “재창조”를 촉구했다. 그는 유럽 외교관계위원회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유럽연합(EU)은 존재 위기에 처해 있다.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잘못돼 왔다”면서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EU는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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