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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금융위기 오나] ‘이탈리아 리스크’ 美까지 충격파…글로벌 금융株 줄하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7:09

수정 2018.05.30 21:02

글로벌 금융시장 초토화
유럽 은행株들 4~5% 급락
S&P 금융업지수 3.6% ↓
소로스 "금융위기" 경고
"EU가 가장 위협에 직면"
伊는 조기총선 굳히기 나서
[유럽발 금융위기 오나] ‘이탈리아 리스크’ 美까지 충격파…글로벌 금융株 줄하락

【 서울·워싱턴=송경재 서혜진 기자 장도선 특파원】 이탈리아 헌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미국, 아시아 등 글로벌 전역으로 번졌다. 한 달간 지속된 이탈리아 정정불안이 마침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수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금융주가 폭락했고 유로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글로벌 금융권은 이탈리아발 혼란의 파장에 주목하면서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감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는 "또 한 번의 대규모 금융위기"를 경고했다.

■"투자자 정치상황에 두려움"

2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위기가 지속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은 글로벌 금융주다.
이는 신용경색에 따른 금융권의 부담에 대한 우려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5.6% 폭락하는 등 이탈리아 은행주가 특히 폭락했다. 지난 주말 이후 사흘 연속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그동안 부실채권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악성대출을 안고 있어 불안한 투자자들의 투매를 부른 것이다. 특히 연초 이탈리아 증시는 유럽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좋았지만 이제는 상승폭을 까먹는 신세가 됐다. 유럽 은행주들도 폭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스페인 은행 산탄데르가 5.4%, 프랑스 BNP파리바는 4.5%,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4.0% 급락했다.

이탈리아 위기는 뉴욕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장 중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금융업종 지수가 급락해 낙폭이 3.6%에 이르렀고 JP모간,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이 4% 넘는 급락세를 기록했다.시장분석업체인 엑스탄테데이터의 옌스 노르드빅은 "지금까지는 주식시장에까지 큰 충격이 미치지 않았지만 이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시장이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감은 정치적 위험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탈리아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통해 확실히 표출됐다.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이날 2.69%까지 급등, 전일 마감 대비 1.8%포인트 급등했다. 2년물 수익률의 하루 상승폭은 1996년 로이터의 수익률 기록작업이 시작된 이후 가장 컸다.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의 고정수익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모로 비토란젤리는 이날은 시장이 "항복한 날"이라며 "정치적 위험이 매우 복잡해졌고, 투자자들은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변동성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정치상황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 "또 다른 금융위기"

거물 투자자인 소로스는 이날 "또 다른 주요 금융위기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소로스는 이날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외교협의회(ECFR) 연례회의 기조연설에서 "달러가 급등하고,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이탈하면서 또 다른 주요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장 임박한 위협에 직면한 곳은 바로 유럽연합(EU)"라고 말했다. 소로스는 EU가 난민위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영토분열, 금융위기로 촉발된 긴축정책 등 3가지 핵심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이 유럽 경제발전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의 '긴축정책에 대한 중독'이 유로에 해를 끼쳤고, 현재 유럽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탈퇴와 관세부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럽 경제, 특히 독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로스는 이런 상황에서 미 달러가치 급등으로 신흥시장에서 자본도피가 촉발되고 있다며 "EU는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나빠질 수 있는 모든 것이 나빠졌다"고 우려했다.

■위기 진원지 伊, 조기총선 가닥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중앙은행 총재는 이례적 언급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비스코 총재는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면서 3월 총선에서 다수당으로 부상한 오성운동과 '동맹'이 주장하는 유럽재정규약 개정은 충분히 언급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로탈퇴 등 반EU 성향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위기의 진원지인 이탈리아는 조기총선이 굳어지는 모습이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임시내각 조각을 지시한 국제통화기금(IMF) 출신 카를로 코타렐리는 당초 이날 밤 대통령에게 내각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아무런 성명도 없이 대통령궁을 떠나 임시내각 출범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임시내각조차 출범이 어려워지면 좀 더 시간여유를 갖고 대비가 가능한 가을총선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FT는 곧바로 총선이 다시 치러질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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