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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공동 인증서 ‘뱅크사인’ 시작부터 삐걱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7:12

수정 2018.05.30 17:12

7월 도입 앞두고 고객 불만, 인증서 폐지 靑에 청원까지
블록체인 기술 활용했지만, 소비자들은 큰 차이 못느껴
앱 받아야 하는 점도 불편, 강력한 보안으로 승부해야
은행 공동 인증서 ‘뱅크사인’ 시작부터 삐걱


오는 7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은행권 공동 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권 공동 인증서에 대해 '공인인증서를 없애겠다'는 현 정부의 당초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기존 공인인증서와 별반 차이도 없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참여 게시판에 공동 인증서를 포함한 모든 공인인증서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다. 게시자는 "공인인증서를 없앤다고 하더니 은행권 공동인증서를 만들었다"면서 "공공의 의무를 위해 법적으로 은행권 인증서를 없애달라"고 청원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 나흘째인 30일 현재 147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청원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치이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에 반대 청원이 들어오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공인인증서에 찬성해서라기보다는 뱅크사인 도입에 대해 아는 국민이 많지 않아서 그럴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한 달 뒤 도입되는 것치고는 홍보가 거의 되지 않았고 기존 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뱅크사인은 국내 최초의 민간 공인인증이자 세계 최초로 18개 은행이 동참하는 공동 인증서다. 국가가 지정하는 공인인증 방식을 탈피했다는 점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는 큰 관심이 없거나 기존 인증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름만 바뀐 또 하나의 인증서가 탄생했다는 반응이다.

뱅크사인 개발을 주도한 은행연합회는 인증서의 수명이 3년이고, 발급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기존 공인인증서도 단순 은행거래에는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인인증서가 있는 데다 기존 공인인증서의 갱신 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장 뱅크사인을 사용하려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야 하고 은행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각종 공공사이트에서는 기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뱅크사인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인증서는 그대로 쓸 수 있다"면서 "당분간은 뱅크사인이 기존 인증서를 완전히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은행권에서 생체인증, 보안매체인증 등 다른 본인확인 수단을 제공 중인 만큼 공인인증서는 본인확인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대출약정과 같이 전자서명이 필요한 거래에 있어선 여전히 실무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뱅크사인은 패턴이나 지문, 핀(PIN) 등 인증방식이 다양하다는 점도 내세우지만 최근 은행 앱에서는 대부분 탑재된 기능이다. 이 때문에 뱅크사인의 인증방식 자체가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만이 많긴 하지만 은행 고객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본인확인 수단인 만큼 단시간에 교체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뱅크사인이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보안이다. 뱅크사인은 인증서를 발급할 때 입력한 정보를 은행권 공동 블록체인 시스템에 등록한다.
이런 메커니즘 덕에 하나의 인증서로 모든 은행에 접속할 수 있으며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게 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경우 단 한 번이라도 보안 관련사고가 날 경우 뱅크사인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은행연합회 18개 회원은행 중 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우리은행을 제외한 15개 은행은 7월부터 뱅크사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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