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도 안됐는데 벌써… 公기관 너도나도 "남북 경협"

SOC사업 등 기대감에 기관들 우후죽순 홍보
정부 "앞서가지 말라" 자료 배포 사실상 금지령

#.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주재한 회의에 참석한 산림청 A국장은 회의 도중 진땀을 뺐다. 최근 산림청이 북한 산림복원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 지원용 양묘장 조성 등 관련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화근이었다. 이에 대해 국조실은 해당 기관에 경고 조치하며 "남북 경협은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데 관련 보도가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각 기관은 남북 경협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공공기관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노후화된 철도.도로.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경협사업과 대북 지원에 대한 공공기관의 참여 여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들이 먼저 남북 경협 기대감을 조성하는 건 적절치 않고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옐로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30일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각 공공기관에 남북 경협의 언급 또는 관련자료 생산.배포에 대해 사실상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현재 각 부처와 기관의 남북 경협 구상은 통일부가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경협사업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하는 탓에 이를 언급하기가 무척 조심스럽다"며 "(북한 관련) 기존에 우리가 꾸준히 준비해왔던 사업이라도 향후 추진계획 등에 관해 외부에 밝히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인 농어촌공사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협중앙회 등도 최근 남북 경협 보도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서 나간 농어촌공사의 대북경제협력사업 검토 내역 자료가 문제였다. 해당 내역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개성공단 배후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융복합 농업단지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T와 농협은 각각 내부적으로 대북 쌀.비료 지원 참여와 농산물 유통, 물자 반입 등에 대해 준비 중인 것이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 같은 보도가 나간 경위 파악에 착수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당시 농식품부에서 해당 기관들에 관련보도 등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는 것을 검토하라고 요구하는 등 한바탕 시끄러웠다"며 "북핵 문제 해결이 먼저고, 경협은 그 다음인데 자꾸 기관들이 앞서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민간에서는 남북 경협을 발빠르게 준비하는 모습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내달 1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에 철도 연결을 포함한 경협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결과로 분석된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후 남북교역 전담부서를 없앴던 한국무역협회는 이를 확대.강화하는 '남북교류협력실'(가칭)을 설치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달 초 민간 싱크탱크를 출범하고 경협사업 연구에 들어가는 한편, 북한의 경제단체인 조선상업회의소와의 교류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2014년 출범 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통일경제위원회를 부활시켜 세부적인 경협 실천계획을 수립케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태스크포스(TF)의 경우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 입주를 원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경제분야에서는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내부 욕구 분출에 따라 다양한 기대들을 지나치게 앞서서 표출하고 있다"면서도 "대북제재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보다는 신남북경협의 전개에 필요한 것들을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