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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8년여간 월가 옥죄던 '볼커룰' 수정안 제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7:05

수정 2018.05.31 17:05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월 30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8년여간 미 금융권을 옥죄었던 '볼커룰'의 대대적인 수정안을 내놓았다. 연준은 이번 수정안에 대해 기본 규칙은 유지하되 모호한 규제를 간추렸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4개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마련한 볼커룰 수정안을 공개했다. 볼커룰은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에 포함되어 있는 핵심 조항이다.

볼커룰은 상업은행이 위험이 높은 투자업무를 하지 못하게 막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업은행은 볼커룰 하에서 자기 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자기자본거래를 할 수 없다.
JP모간 등 대형 은행들은 이후 고수익을 내던 자기자본거래에서 대거 손을 뗐다.

이후 미 은행들은 볼커룰이 너무 모호하고 은행의 거래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지역 중소은행들의 수익성은 대형은행들에 비해 크게 나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미 하원은 지난해 6월에 도드·프랭크법을 대체할 '금융선택법'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볼커룰 2.0'로 불리는 연준의 수정안은 규제 기준을 보다 분명하고 간소하게 바꾸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수정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앞으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은행이 특정 금융상품을 사고팔아 해당 상품의 시세를 일정수준으로 보존하는 '시장조성' 행위를 할 경우 이를 보다 간단하게 입증할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기존 볼커룰을 따를 경우 시장조성행위가 자기자본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까다로운 요건을 지켜야 했다. 또한 수정안에는 60일 미만의 기간에 보유한 거래 포지션에 대해 은행 측이 달리 입증하지 않는다면 자기자본거래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뿐만 아니라 수정안에는 은행의 자산과 거래의 규모에 따라 준수 여부를 입증할 책임을 달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100억달러(약 10조원) 이상의 거래 자산을 가진 대형 은행들에 가장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고 그 외의 은행들에 대해서는 요건을 낮춘다는 것이다. 연준은 미국 내 18개 은행이 이 항목에 해당하며 은행들의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비중은 약 95%라고 말했다. 연준은 미국에서 영업하는 일부 외국 은행들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수정안의 목적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요건들을 더 간결한 요건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볼커룰의 취지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며 볼커룰의 조문과 정신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볼커룰의 정신을 지지하지만 기존 볼커룰은 실행 면에서 다소 당황스럽고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볼커룰이 은행을 일단 "죄인"으로 가정하고 있고 감독기관이 여러 곳인데다 딱히 정부가 사용하지도 않을 정보를 은행에게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간단체 '금융개혁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의 마커스 스탠리 정책부장은 연준의 수정안이 은행들에 지나친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준 이외의 금융당국들은 향후 몇 주일에 걸쳐 연준이 주도한 수정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수정안은 이후 60일간의 공청회 절차를 밟게 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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