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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자발적 요금인하 경쟁.. 보편요금제 설자리 사라지나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7:04

수정 2018.05.31 17:04

정부안보다 싼 요금제 쏟아지는데..
이통사 2만원대 LTE요금제, 데이터 1GB 음성.문자 무료
작년 1인이상 가구 月통신비, 전체 가계지출 비중의 5.4%
시장 자율에 맡겨도 충분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어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17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실제 통신비가 가계지출에서 자치하는 비중은 소비항목 가운데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를 통해 정부가 굳이 민간 이동통신사의 가격 설계권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알리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보편요금제를 통해 2년마다 요금제에 간섭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통사들이 자발적인 요금인하 경쟁에 뛰어들면서 보편요금제 대신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계지출 중 통신비 비중 5.4%

5월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요금할인에 이어 가계통신비 경감의 핵심 정책으로 보편요금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보편요금제를 심사할 당시 과기정통부 전성배 통신정책국장은 "이제는 의식주가 아니라 주식통 시대"라며 보편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5월 30일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에 따르면 정부의 인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는 13만7800원으로 전체 가계지출의 5.4%를 차지했다.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2개 항목 가운데 뒤에서 세번째로 나타났다. 12개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교통비(14.4%) △식료품 및 음료(14.1%) △음식.숙박(13.8%) 순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통신비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통신비 인하의 주요 근거로 제시해 왔다"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부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통사 자발적 경쟁 시작

이통사의 자발적인 요금인하 경쟁도 보편요금제의 입법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정부가 이통사의 요금 설계권에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KT의 경우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대폭 개선하면서 사실상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KT가 내놓은 LTE베이직 요금제는 월 3만3000원에 음성.문자 무료,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25%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LTE베이직 요금제는 2만4750원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정부가 보편요금제 예시로 들고 있는 월 2만원대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제공을 충분히 만족한다. 이통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흐름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곧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자율에 맡겨달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 사장은 5월 23일 "보편요금제를 강제하는 것보다 (이통사가) 자율적으로 노력해서 시장원리가 작동되게 하는 것이 더 좋다"며 "통신비가 부담이 되는 사람들을 위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금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통신사가) 스스로 하고 있는 노력이 많다는 것을 공감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텔레콤은 8대 고객가치혁신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워 △약정제도 전면 개편 △로밍 요금제도 전면 개편 △멤버십 전면 개편 등을 진행했다.


이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통사들의 자발적 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강제적인 규제를 버리고 자율경쟁에 기반한 시장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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