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깐깐한 한국서 팔리면 세계서도 통한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3 16:58

수정 2018.06.03 16:58

뚜껑 달린 토스터기· 소리나는 냄비… 주방용품의 한국형 진화
글로벌 주방용품 브랜드들 한국지사 제품개발 적극 수용..코리안 스탠다드 자리매김
테팔 메종 스테인리스 스틸 토스터
테팔 메종 스테인리스 스틸 토스터

휘슬러 냄비 솔라임
휘슬러 냄비 솔라임


토스터, 믹서기, 그릴 등 유럽에서 탄생한 주방가전이 한국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주방용품 브랜드들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이들만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토스터기 뚜껑, 화력 조절이 가능한 오븐 등이 대표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제품 소비에만 그치지 않고 제품의 평가와 개선점을 제시하는 프로슈머의 성향이 강한 한국 소비자들이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코리안 스탠다드'는 세계에서도 호응을 얻으며 '뉴노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위생과 안전이다.


■토스터의 뉴노멀이 된 뚜껑

테팔·스메그·드롱기 등 글로벌 주방용품 업체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일제히 토스터기 뚜껑을 만드느라 진땀을 뺀 건 업계에서는 유명한 얘기다. 유럽과 달리 빵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한국 소비자들은 토스터 보관시 쌓이는 먼지 때문에 뚜껑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뚜껑이 있는 토스터들이 속속 시장에 나왔다.

이같은 '코리안 스탠다드' 제품들은 역으로 세계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테팔은 이후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토스터 제품에 뚜껑을 포함해 팔기 시작했다.

테팔은 더 나아가 위생과 안전을 중요시 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토스터를 만들었다. 한국 소비자의 유별난 스테인리스스틸과 글래스 사랑은 플라스틱을 제치고 뉴노멀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냄비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독일 주방용품 WMF는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수준을 만족시키는 신제품 개발을 본사에 적극 요청하고 있다. WMF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주요 테스트 마켓으로 한국 기준에 맞추면 글로벌 스탠다드 또한 올라간다는 점을 염두하고 한국 지사의 신제품 개발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냄비 라인업도 한국이 만든 기준

한국 소비자들은 냄비를 고를 때 손잡이의 형태와 크기보다는 용도에 맞는 냄비를 고르는 성향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기존의 양수, 편수 냄비 일변도에서 뚝배기, 라면냄비, 찌개냄비, 전골냄비, 국냄비, 곰솥, 다용도 냄비 등 한국형 라인업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테팔은 특히 많은 한국 요리들이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 처음에는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는 점을 착안해 냄비의 코팅을 강화하기도 했다. 국자나 조리도구를 바닥에 놓는 것을 꺼린다는 피드백으로 냄비 손잡이에 조리도구 거치대가 생겨난 곳도 한국이다.

독일 브랜드 휘슬러는 최근 한국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한국형 냄비 '솔라임'을 내놨다. 솔라임은 요리의 완성을 하모니카 소리로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휘슬러 연구진은 음식을 하면서도 모바일 쇼핑, 육아 등 할 것이 많은 한국 주부들의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과 주방 환경에 주목했다. 170년 전통의 독일 하모니카 업체 자이델이 하모니카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리드에 도입했다.

솔라임은 조리 중 수시로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도 맑은 하모니카 소리로 요리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이 밖에 스메그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만을 위해 오븐의 바람세기를 조절하는 컨벡션 컨트롤러를 출시했다. 다양한 한국 음식을 위해 바람 세기를 다이얼로 설정할 수 있다.
드롱기는 첫 한글 제품인 우유거품기 '구름치노'를 내놓고 홈카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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