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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관세에 ‘WTO 제소’ 강수 띄웠지만… 결국 타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3 17:32

수정 2018.06.03 17:32

집행위 "단결된 유럽 대응" G6 만장일치 비난 성명, 강경 대응 운은 띄웠지만…
브렉시트·이탈리아 연정 등 여러 과제 산적해 쉽지 않아
전문가 "美요구에 굴복할 것"
EU, 美관세에 ‘WTO 제소’ 강수 띄웠지만… 결국 타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유럽연합(EU)이 강경대응을 천명했지만 결국에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시장을 더 개방하는 타협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연정, 스페인 정권교체 등 유럽이 혼란에 빠진데다 '잃을 게 많은' 독일 등이 갈등 고조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관세 압력 앞에서 결국 철강 수출 쿼터를 받아들이고, 자동차 시장을 추가로 개방한 것처럼 유럽도 막대한 손실 앞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일단은 강경대응

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일부터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미국이 관세를 매기면서 나온 유럽의 첫 반응은 '결전'이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관세면제를 철회했기 때문에 그동안 진행됐던 시장 부분개방 논의의 "모든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EU는 어떤 협상도 벌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미국)이 미국 우선을 말한다면 우리는 단결된 유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U 집행위와 함께 유럽 강경대응의 또 다른 축은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EU가 "미국의 관세부과는 "경제적 국가주의로 미국을 포함해 모두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프랑스 대통령궁은 밝혔다. 프랑스 외에도 교역의존도가 높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EU 회원국 상당수가 트럼프의 조처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지난해 취임 초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한데다 이란 핵협정도 탈퇴해 유럽 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한편 관세 면제를 끝내면서 일부 회원국들은 초강경 무드이다.

대응은 우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첫 단계다. CNN머니 등에 따르면 EU는 이날 미국의 관세가 규정 위반이라며 WTO에 제소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동참했다. EU는 또 이르면 20일부터 미국산 오렌지 쥬스, 청바지, 버번 위스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땅콩버터, 모터보트, 담배 등을 포함해 약 200개 품목에 25% 보복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첫해에는 미국산 제품 28억유로어치에 보복관세를 물리고 수년에 걸쳐 이를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연간 37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는 방안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G6 재무장관들은 3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사흘간 이어진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마치며 낸 성명에서 미국의 이번 관세조치로 인해 G7 회원국 간의 협력과 협조가 위기에 처했다며 이에 대응하려면 '결연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결국은 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6 재무장관의 비난 성명에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수 없다"며 여전히 강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무역에서 연간 8000억달러(약 860조원) 적자를 보는데,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수는 없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수년간 바가지를 써왔고 이제는 영리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교역 전문가들 대부분이 유럽은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것은 쉽사리 예상할 수 있고, 어려움이 없는 대응이지만 구체적인 보복을 위한 2단계는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한데다 긴장을 고조시켜 더 큰 피해를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미 수출 비중이 높고 수출에 경제 사활이 걸려 있는 독일은 비록 겉으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대미 수출이 무역긴장이 고조되면 심각한 장벽에 부닥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 EU 집행위가 보복을 원하고 있지만 독일 등이 반대하면 보복은 어렵다.특히 유럽이 논지를 하나로 모으기 힘들 정도로 분열을 겪고 있다는 점도 유럽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영국은 EU 탈퇴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다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아 감정의 골도 깊이 패인 상태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가까스로 헌정위기는 피했지만 이제 반EU.반유로 성향의 포퓰리스트 연정이 들어섰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특히 이탈리아 연정 출범에 맞춰 포퓰리스트 정권을 겨냥해 유로존의 통합과 채무 공동부담은 다른 문제라고 못박고 나서 갈등 심화를 예고한 상태다.

4위 경제국 스페인 역시 지난 주말 마리아노 라호이 정권이 실각하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사회당 내각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미국이 다각도로 압박을 가하는 와중에 내부가 혼란한 상황인데다 긴장 고조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라는 실익 앞에서 결국은 미 요구에 일부 무릎을 꿇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서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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