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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총재 "필립스곡선 의문 생기면서 통화정책 어려움↑..중립금리 낮은수준 머물 가능성"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4 09:00

수정 2018.06.04 09: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금융위기 이전에는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경향이 뚜렸했으나 위기 이후 이 상관관계에 의문이 생기면서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 통화정책의 역할: 현재와 미래' 개회사에서 "금융위기 이후 필립스 곡선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 간의 경험적 관계를 나타내주는 필립스 곡선의 형태 변화에 대한 고민이 커졌으며 통화정책도 과거의 잣대로 펼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또 "통화정책의 기조를 평가하는 데 가늠자 역할을 해주는 중립금리가 위기이전보다 상당 폭 낮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중립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을 때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총재는 "그렇게 되면 정책금리가 하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또한 중립금리는 인구고령화, 생산성저하, 안전자산 선호 성향 등 주로 장기 추세적 요인으로 인해 낮아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운용 시 자국 정책의 여타 국가로의 전이(spill-over)와 그로 인한 자국 경제에의 영향(spill-back)까지 고려할 필요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각국의 금융과 교역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어, 특히 주요국의 경우 자국 정책의 변화가 국제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다시 국내로 되돌아 올 수 있다"면서 "2013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당시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신호가 신흥시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에도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이 됐다"면서 "앞으로 선진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급격한 자본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도 비전통적인 정책수단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시 비전통적인 정책수단들을 동원했다"면서 "이러한 비전통적 정책수단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활용 가능한지,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정책대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총재는 아울러 통화정책의 한계를 감안해 다른 정책과의 조합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수요부진이 지속되는 경우엔 일반적으로 재정정책의 구축효과가 크지 않아 재정정책을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확장적으로 운영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거시경제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거시건전성 정책의 활용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저성장, 저인플레 환경 하에서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추구하다보면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통화정책의 또 다른 주요 목표인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오늘날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고 금융시장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각국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통화정책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각국 중앙은행은 비전통적 정책들을 정상화하려고 하고 있으며, 통화정책 환경도 위기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면서 "변화된 환경 하에서 중앙은행에 부여된 역할을 어떻게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새로이 요구되는 역할은 없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마켓포커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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