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얼어붙은 '강남3구' 주택 거래시장, 1억원 뚝 떨어진 '급급매물'까지 등장

일반 아파트도 덩달아 하락.. 세금규제에 매수자 관망세
전문가들 "집값 약세 지속"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입구 앞에 재건축 사업 진행 소식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윤지영 기자

"올해 초와 비교하면 (가격이) 많이 빠졌다. 과거 매물 1~2건 찾기 어려운 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서울 송파구 G중개업소 대표)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서울 강남3구(서초·송파·강남) 주택 거래시장이 얼어붙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 방침에 직격탄을 맞은 강남3구 재건축 단지에서는 연초보다 1억원 가량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했고, 기존 인기 아파트도 가격이 수천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 발표 등 세금 규제 리스크와 높아진 재건축 사업 불확실성으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집값 약세 분위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강남3구, 1억원 떨어진 '급매물' 등장

4일 파이낸셜뉴스가 강남3구 일대 중개업소를 돌아본 결과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최고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했다.

특히 재건축 사업 추진 단지가 밀집한 송파구의 주택 거래시장분위기는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지난 4월 '급급매물'로 18억1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던 잠실주공5단지 전용76㎡는 현재 17억3000만원에 실거래가 가능하다. 두달새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조정된 셈이다. 단지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의 예상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게 사실"이라면서 "지난해 연말~ 올 초에만 해도 18억원 안팎이 실거래가였지만 지금은 17억원 초반대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지난 2일 재건축 설계안이 통과되고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아파트 가격은 강보합을 유지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주요 재건축 단지 중 한 곳인 장미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아파트는 올 1~3월만 해도 '매물 품귀' 현상을 빚은 아파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용면적별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현재 장미아파트 전용71㎡는 11억5000만원까지 거래가 가능한 급매물이 등장했다. 국토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일 전용면적은 지난 1월 최고 12억5000만원까지 거래가 됐었다. 단지 인근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안전진단도 통과되고 올해 조합 설립 단계였던 단지라 인기가 높았던 곳"이라면서 "재건축 단지가 송파구 아파트 가격을 끌어 올렸는데, 본격적인 (재건축 단지)규제가 시작되니 이 단지부터 가격이 빠지기 시작해, 전체적인 (거래시장)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도 덩달아 가격 하락세

재건축 단지는 아니지만 지역 랜드마크로 꼽힐 정도로 집값 오름세를 이어온 잠실 리센츠와 엘스도 최근 급매물이 부쩍 늘었다. 지난 2월 최고 17억2000만원(21층)까지 거래된 잠실 리센츠 전용84㎡의 현재 실거래가는 15억3000만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층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지만 고층이어도 15억5000만원선까지 거래 가능하다고 단지 인근 중개업소는 전했다. 지난 2월 최고 17억5000만원에 거래된 잠실 엘스 전용84㎡는 현재 15억2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있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개월새 오른 가격이 이제 좀 진정되는 분위기"라면서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유동 자금을 찾기 힘든데다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9500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올해 연말 송파구에서 입주를 시작한것도 일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거래시장도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더딘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를 보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84㎡ 1층은 올 초 최고 17억200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현재 동일 전용면적의 중층 매물은 16억8000만원까지 나왔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재건축 조합 설립 전인데다 사업속도도 다른 재건축 단지에 비해 빠르지 않아 가격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나마 강남3구중에서 매매가 변동률 하락 폭이 가장 낮은 서초구는 송파구나 강남구처럼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거래 시장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은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28일 기준 서초구 매매가 변동률은 -0.03%로, 같은 기간 송파구(-0.17%)나 강남구(-0.18%)보다 하락폭은 더디다. 국토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달 최고 13억3000만원에 거래된 서초구 방배 래미안타워 전용134㎡는 현재 13억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전문가 "세금 규제에 매수자 관망세로 집값 약세 지속"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권 집값 약세 분위기가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 발표 등 각종 세금 리스크가 남아있는데다 매수인들의 '관망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매수자들은 단기간 급등한 집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6·13 지방선거 이후에도 선뜻 거래시장에 뛰어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연구위원은 "재건축 단지 규제로 (재건축) 사업 진행 중인 단지의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대출 및 세금 규제 등 각종 변수가 남아있어 당분간 가격이 오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격이 조정되더라도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 거래시장이 예전처럼 활기를 띄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