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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유가·금리 3高에 우는 신흥시장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4 17:06

수정 2018.06.04 17:06

세계경제 동반성장 실종, 무역전쟁으로 수출도 감소
인플레에 성장둔화 공포 4월 이후 200억弗 유출..지금이 매수 기회 분석도
달러·유가·금리 3高에 우는 신흥시장


신흥시장이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으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세계 경제 동반성장세가 실종되고, 미국의 무역전쟁 엄포로 수출이 활력을 잃는 와중에 달러 가치 상승세로 자국 통화가치가 추락하면서 자칫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성장둔화가 겹치는 최악의 조합에 맞닥뜨릴 수도 있게 됐다.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 추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금리인하 기조를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정위기는 가까스로 진정됐지만 반유로를 공약으로 내건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 출범에 따른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불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꼬이고 있는 미국발 무역전쟁,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에 따른 유가 상승 불씨 등이 신흥시장 자산가치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신흥시장 펀더멘털이 탄탄해 가치가 떨어진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의 고삐를 바싹 죄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루피아 추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보름 새 2차례 인상했다. 5월 초 4년 만에 첫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지난달 30일 다시 금리인상에 나섰고,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했다.

국제 외환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터키 리라 추락에 대응,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올렸다.

뱅크오브뉴욕멜론(BNY)은 분석노트에서 터키는 달러표시 부채가 많고, 에너지 수요 증가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달러상승과 유가상승 모두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을 협상 중인 아르헨티나는 기준금리를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4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브라질 등은 금리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금리인하 기조 중단으로 대응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지난달 1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멈췄다. 세계 경제 변동성이 브라질 헤알 약화를 부르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7%가량인 재정적자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외부 변동성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BCB는 경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월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5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남아공중앙은행(SARB)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가 동시에 밀어닥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해까지 저유가·약달러로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만끽하던 신흥시장들이 달러 강세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이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유가 상승 충격이라는 대형 파도에 직면한 셈이다. 달러는 지난 2월 최저치 이후 5.5% 상승했고, 유가는 올 들어 14.8% 뛰었다.

달러 강세는 또 신흥시장의 달러표시 부채부담도 높인다.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성장전망에 의문을 품으면서 주식·채권 등 신흥시장 자산가치 역시 동반하락하고 있다. 신흥시장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모간스탠리캐피털(MSCI) 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37.3% 급등했지만 올 들어 하락세가 뚜렷해졌고, JP모간 신흥시장 채권지수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4월 중반 이후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에서 빠져나간 돈은 약 200억달러에 이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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