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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점 vs. 차익실현? 석유시장서 발 빼는 헤지펀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5 17:26

수정 2018.06.05 17:26

러·사우디 증산합의로 유가 오름세 꺾였지만 1년간 50% 이상 폭등
이달말 OPEC감산국 회의서 베네수엘라·이란 감축분 논의..향후 유가 전망놓고 의견분분
유가 고점 vs. 차익실현? 석유시장서 발 빼는 헤지펀드


헤지펀드들이 석유를 팔아치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5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합의하면서 유가 오름세가 한 풀 꺾인 가운데 그동안 석유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헤지펀드들이 시장에 발을 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일 뿐 유가 상승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들어 4월 중순까지만 해도 헤지펀드들은 석유 매수를 크게 늘려 순매수 포지션을 사상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합쳐 이들의 순매수 규모는 10억배럴이 넘었다.

이는 지난달 후반까지 브렌트유를 4년만에 최고 수준인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같은 헤지펀드들의 '석유사랑'이 이제 끝물로 가고 있다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헤지펀드들은 6주연속 석유 순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 순매수 포지션을 줄인다는 것은 헤지펀드들이 앞으로 유가가 오르기보다는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지난달 29일까지 1주일간 순매수 포지션을 10% 넘게 줄였다. 이들의 석유 순매수 규모는 8억2300만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삭소은행의 상품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최근 감산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 지난주 유가를 급속히 떨어뜨렸다"면서 "5주 연속 순매수 감축이 6주 연속으로 늘어나면서 지난주 매도세는 현 유가상승 주기에서 가장 공격적인 매도세로 기록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순매수 포지션 감축은 헤지펀드들의 석유 장기전략이 바뀐데 따른 것이 아니라 단기간의 급속한 유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의 감산, 수요 증가, 그동안의 저유가에 따른 석유 투자 위축 등으로 지난 1년간 50% 넘게 폭등했기 때문에 차익을 남기기 위해 포지션 일부를 판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증산에 합의했지만 그 규모는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22~23일 오스트리아 빈 OPEC 사무국에서 열리는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감산국 석유장관 회의에서 증산 규모가 베네수엘라와 이란 감산을 메우는 수준에 멈출 경우 유가 상승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이들은 내다보고 있다. 경제난으로 석유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핵협정 탈퇴와 이에따라 조만간 경제제재가 재개돼 석유수출에 지장을 받게 될 이란의 생산 감축분만큼만 증산하면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의 유가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런던 석유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빈 회의까지는 거의 3주나 남았다"면서 "그동안 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시장(NYMEX)에서 WTI 7월 인도분은 지난주말보다 배럴당 1.06달러(1.6%) 내린 64.75달러로 마감했고, 런던시장(ICE)에서도 브렌트유 7월물이 1.50달러(2%) 하락한 75.29달러로 주저앉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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