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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저출산과 청년주거지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6 17:16

수정 2018.06.06 17:16

[fn논단]저출산과 청년주거지원


이번 정부 들어 각종 주거지원정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로 20~30대 청년층이 타깃이다. 늘어난 주거비 부담이 청년들의 결혼, 출산을 가로막고 있으니 해결해 주자는 소박한 시각과 함께 주택과 같은 자산 기반 복지가 현금성 복지보다 여러모로 부작용이 적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거지원정책들은 다양한 금융·세제 수단을 동원하고 많은 경우 민간시장과 협업을 통해 추진되기 때문에 현금성 복지와는 부작용의 정도와 형태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얼마나 어떤 속도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청년주거지원정책을 짚어보기로 한다.

이 정책은 2009년쯤 5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주택의 건설공급 및 임대주택 특별공급의 확대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 특히 최근 괄목하게 확대되고 있다.
청년세대용 행복주택의 건설과 공급, 공공 및 민간 분양주택의 신혼부부 공급 확대, 청년 전세보증금 지원, 신혼부부 전용대출제도 운영, 저소득층 청년 보증금 이자감면 등 가짓수도 많고 정부계획대로 다 이행된다면 대상가구수도 적지 않다. 주택사정이 열악한 서울시 같은 경우는 역세권 2030 임대주택 공급사업을 신설하고, 노량진이나 신림동 같은 청년 밀집주거지역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는 사회공동체주택 사업 등도 같이 추진한단다.

이런 다양한 주거지원정책이 필요해진 환경적 배경요인은 주지하는 대로다. 그동안 집값이 너무 올라서-특히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앞전 세대들과는 달리 부모세대의 도움이 없이는 내 집을 마련할 엄두를 못 낼 상황으로 변해버린 가운데, 특히 2006년 이후 약 10년간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서둘러 구매할 동기가 물밑으로 가라앉아버렸다. 게다가 교통통신비를 필두로 다양한 지출요인이 꾸준히 늘어나 청년층의 저축여력이 급속히 감소했다. 그 결과 특히 청년계층에 '집장만부터 하고 다른 소비에 눈을 돌린다'는 앞전 세대의 경험과 훈수는 남의 이야기가 돼버렸던 것이다.

자가주택 보유는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개별가구의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기제임에 틀림이 없다. 저축해서 전세 얻고 전세금에 저축을 보태 집을 사면 그것이 가구별 최소한의 가산 기반이 되어 자녀 학업, 분가, 노령, 실직 등 다양한 위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능을 했다. 내 집 마련의 포기는 그 대응기제가 멈춰버린 것을 의미하며 그 결과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이 불안하다. 그 덕분에 결혼과 출산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면 청년 주거지원정책은 당위성과 필요가 충분히 인정되는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거지원정책들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까지도 충분히 검토해 잘 대응하고 있느냐는 별개 문제로 보인다.
주거지원정책에 소요될 예산조달 문제가 심상치 않은 데다 복지는 한번 나가면 불가역적인데 지속 가능한 재원조달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모든 복지정책이 다 그러하듯이 이번 주거지원정책들 대부분이 소득 상한선 아래에서 시행되는 만큼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계층의 박탈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주거지원 덕분에 늘어난 청년세대의 가처분소득이 저축과 자산축적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제도 운용의 묘를 잘 살리는 문제가 여전히 남은 과제로 보인다.

이재인 사단법인 서울인구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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