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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글로벌 석유시장서 중국 눈치보기 시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6 17:45

수정 2018.06.06 17:45

비축석유 10억만배럴 추산..中정부, 공개시장 판매땐 증산량 늘어 유가 낙폭 키워
OPEC, 글로벌 석유시장서 중국 눈치보기 시작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감산참여국들이 증산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국이 새 변수로 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이하 현지시간) OPEC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일에 가려 있는 중국의 석유 비축량이 얼마나 되는지,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중국이 이 비축된 석유를 시장에 내다팔지가 이달말 감산완화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는 것이다.

OPEC은 지난 수년동안 중국의 전략비축유와 상업용 비축유를 무시해왔지만 증산이 자칫 유가 급락의 빌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석유비축 규모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OPEC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기타 감산 참여국 관리들이 지난달 후반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중국 등의 석유재고를 감산완화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기술적 논의를 가졌다.

지금까지 OPEC과 러시아 등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회원국들의 비축석유 통계만으로 공급과다 여부를 따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OPEC 회원국 관리는 "지금까지는 선진국 재고만 집중적으로 봤지만 이제 중국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진국 통계로만 보면 감산완화, 증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OPEC은 현재 OPEC 회원국들의 상업용 석유재고 규모가 5년평균을 2000만배럴 밑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석유재고는 선진국들의 감소세와 대조적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석유재고 통계를 공표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위성 등을 통해 추산하는 방법 등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는 중국의 석유재고는 감산을 위협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

석유데이터 업체인 얼사스페이스 시스템스에 따르면 중국의 전략비축유, 상업용 석유재고는 지난 1년간 1억3000만배럴 증가한 9억3000만배럴에 이른다. 이는 OPEC이 추산하고 있는 OECD 석유재고 감소분 3억4000만배럴의 3분의1을 넘는 규모다.

게다가 중국의 석유비축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신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중국의 석유재고가 3월에 전월비 1370만배럴 늘어났고, 4월에도 증가세가 지속된 것으로 추산했다.

통상 석유비축업체들은 가격이 오를 경우 차익실현을 위해 초과 비축분은 시장에 내다팔지만 중국은 철저하게 중국 정부의 정책에 좌우된다.

한 OPEC 관리는 "중국은 정부정책이라면 배럴당 100달러 유가에서도 석유를 사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림짐작만 가능한 중국의 막대한 비축석유가 주요 변수가 되면서 OPEC과 러시아는 중국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이를 알아내는데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비축유를 공개시장에 내다팔지 않거나 그저 조금씩 소비한다면 국제시장의 석유공급이나 유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테고 이럴 경우 지난달 사우디와 러시아가 합의한대로 증산에 나서면 된다.

그러나 중국이 유가 대세 하락을 예상하고 일단 보유물량을 팔기 시작하면 OPEC의 증산 결정은 유가 급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파리 석유데이터 업체 카이로스의 앙투안 로슈탕 사장은 증산에 앞서 OPEC은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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