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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 이코노미스트의 QE 축소 시사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7 10:30

수정 2018.06.07 13:09

자료=CHECK, 최근 독일 국채10년물 금리 흐름
자료=CHECK, 최근 독일 국채10년물 금리 흐름

유로존이 빠르면 다음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QE) 출구전략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강해졌다.

유로존 QE 종료와 관련한 이슈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부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오는 14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이 QE 등으로 대표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종료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유로존 수석이코노미스트의 경기·물가 자신감 속 QE 테이퍼링 가능성↑

페트르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경기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보이면서 14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공식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한 달 300억 유로의 자산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즉 ECB발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 가능성이 부각된 모습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프레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베를린 보험계리인 총회에서 "유로존의 양호한 펀더멘털이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도달에 대한 자신감을 높인다"면서 "고용수급이 팽팽해지면서 임금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가 목표치로 다가가는 신호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목표치인 2% 약간 아래의 인플레 목표가 중기적으로 달성 가능할 것이란 확신에 힘이 실린다"고 했다.

유로존 경제상황이 개선되면서 임금이 올라 물가가 목표에 근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젠 자산 매입의 점진적인 축소와 관련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 동안 유로존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ECB가 당장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와 관련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지 않았다. 심심찮게 유로존 경기 둔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발표되곤 했던 데다 이탈리아·스페인과 같은 유로존 3,4위권 경제대국들의 정정 불안 문제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은 유로존이 최근 경기둔화 신호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연말엔 채권 매입을 종료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 등이 제기되는 것이다.

■ 오르는 글로벌 금리

현재 유로존의 자산매입 규모는 월 300억 유로로 줄어 들었으며 이는 9월말까지 진행된다는 스케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다음주 회의에서 '현재까지 이뤄진 진전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보증할 만큼 충분한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정책 이벤트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

유럽 금리들은 일제히 뛰었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독일 10년 국채금리는 6일 9.09bp 뛴 0.4610%로 올라섰다. 이탈리아 정치 우려로 지난 5월29일 0.2509%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최근 빠르게 다시 올라온 셈이다. 프랑스 10년 국채금리는 10.57bp 급등한 0.7974%를 기록했다.

유로존 경제규모 1,2위 국가의 금리가 정책 변화 가능성에 따라 뛴 가운데 '국가 크레딧'에 대한 의심을 받는 남유럽 3,4위 경제권의 금리도 올랐다.

이탈리아 10년 국채 금리는 5일 20.83bp, 6일 16.19bp 오르면서 2.9128%까지 상승했다. 지난 5월29일 43.11bp 폭등하면서 정치우려를 반영한 뒤 빠르게 안정되는 듯했으나 다시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5월 29일 3%를 넘어서 3.1%에 육박한 뒤 이후 정치우려가 줄면서 6월 4일 2.5%대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틀간 다시 급등한 것이다.

스페인 국채 금리는 6일 12.05bp 급등해 1.4867%까지 올라왔다.

유로존의 금리 급등에 미국 금리도 반등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6일 4.76bp 상승한 2.9708%로 올라와 다시 3%를 바라보게 됐다.

미국채 금리는 이탈리아 정치 갈등이 심해졌던 5월29일 2.7756%로 급락하기도 했으나 단기간에 재차 3%를 눈앞에 둔 것이다.

현충일 휴일 후 다시 열린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오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비둘기 성향을 보이곤 했던 페트르 프레이트 발언의 충격이 큰 듯하다"면서 "최근에는 긴축적인 언급을 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는데, 시기가 맞아 떨어져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만만치 않은 유로존 경제지표와 조속한 QE 종료에 대한 반론

자료=Markit, 유로존 PMI 흐름
자료=Markit, 유로존 PMI 흐름


최근 경제지표 흐름이나 이탈리아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실제 ECB가 빠르게 QE 축소로 나올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많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만만치 않은 정치·경제 상황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갈등, 그리고 경제지표들의 혼선을 감안할 때 유로존이 급하게 정책 변화 신호를 알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그간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 왔다.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경기와 물가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최근 경제지표들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유로존은 올해 초까지 경기 확장세를 보였으나 최근 기업의 구매활동이 둔화되면서 경기 경로가 예상치를 하회했다.

유로존 PMI 종합지수는 구매수요 위축 등으로 1월 58.8에서 5월 54.1로 급하게 내려왔다. 소매판매는 11월 3.7%에서 3월 0.8%로, 산업생산은 12월 5.1%에서 3월 3.0%로 떨어졌다.

연말연초 투자 급증 후의 수요 공백, 한파와 파업, 미국 보호무역주의 우려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유로존의 1분기 성장률은 전기비 0.7%에서 0.4%로 하락했다. 전년비 성장률은 2.8%에서 2.5%로 내려왔다.

블룸버그통신 설문조사에선 유로존 성장률이 1분기 전년동기대비 2.5%를 기록한 후 2분기 2.4%, 3분기 2.2%, 4분기 2.0%로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2분기에 0.6% 증가한 뒤 3~4분기엔 각각 0.5%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보호무역 갈등 문제의 경우 미국이 유로존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20% 관세를 증액하더라도 GDP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되지만, 쌍방이 관세 부과 게임에 몰두할 경우 경기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ECB가 급하게 QE 스탠스를 전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갑작스런 ECB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에 글로벌 금리가 뛰었다"면서 "하지만 그의 발언이 조속한 QE종료를 시사하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유로존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남유럽 정치 위기가 부각되는 등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ECB 이코노미스트가 경기와 물가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비치고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놀라웠다"고 말했다.

유로존 성장세 관련 미국 경기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IMF는 미국 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유로존 성장률은 0.2%p 내외로 둔화된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 설문에선 미국의 1%p 금리인상으로 인한 미국 성장률 위축효과는 0.3~0.35%p지만 감세정책으로 인한 연간 성장률 견인 효과는 0.25%~0.5%p, 인프라투자 시행 감안 시 0.8~1.0%p로 조사됐다.

■ 오르는 물가 속에 가시권 들어온 QE 축소

최근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높아졌다. 물가상승률은 4월 1.2%에서 에너지가격 상승,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5월 1.9%로 확대됐다. 근원 CPI도 0.7%에서 1.1%로 상당폭 올라왔다.

결국 유로존 내 정정불안 여파와 경제지표 둔화가 제한적 수준에 그친다면 물가상승률 확대와 정책 정상화 필요성,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 필요성 등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위대 연구원은 "유로존 성장률은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실업축소의 후방 연관효과와 기업투자 확대, 개별국의 재정지출 증가, 글로벌 경제 호조세 등이 경기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ECB는 조만간 10월 이후의 통화정책 정상화 로드맵을 발표할 소지가 있다"면서 "QE 매입액은 월300억€에서 150억€로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QE 여파로 중북부 유로존의 주택가격 상승률(4월 독일 6.4%, 네덜란드 8.8%, 전년비)이 확대됐고 마이너스 예치금리의 장기화로 이자·연금 생활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됐다"면서 "시장은 2019년 2Q 예치금리 15bp 인상, 기준금리는 2019년말까지 2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자들도 유로존이 실제 어떻게 나올지 눈 여겨 보고 있다. 예상 밖의 코멘트 때문에 다음주 연준과 ECB의 정책 회의에 더욱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한 채권투자자는 "ECB 이코노미스트가 양적완화를 끝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다만 이탈리아 문제도 남아 있어 실현 가능할지 의문스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외 상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채권 롱 플레이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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